부제목 :
안전불감증이 부른 대형사고
윤판용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경비구난과장 총경)
지난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원유 1만여톤이 바다로 유출되어 어민들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금도 사상 최악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제거 작업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고 지자체와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올 10월에 발생한 충남 당진의 건설공사 현장에서 시공계획서 및 설계도면을 무시한 무리한 공사로 거푸집이 붕괴, 5명의 인부가 바다에 추락, 사망한 사건도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로 국민들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번 사고도 건설공사 사고처럼 ‘인재(人災)’라는 징후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어 각종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시 강풍과 높은 파도로 인해 예인선이 항로를 이탈하였다고는 하나 겨울철 항로는 예측하기 어렵고 예인선의 25배에 달하는 크레인을 끌고 인천에서 거제까지 거대한 해상 크레인부선을 원거리 이동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안전점검에 유의했어야 하며 항로 이탈시에도 관할기관과 사고 선박과의 교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충돌 10분 전에 확인한 사항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번 사고에 의한 기름 유출량은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의 2배가 넘고, 사고 발생 해역은 리아스식 해안일 뿐만 아니라 조수 간만의 차가 큰 해역이기 때문에 연안 오염이 확대되고 기름 확산 해역이 예상보다 광범위할 수 있다. 현재 수산업 및 해양 관련 육지 산업의 피해 규모가 시프린스호 사고(735억원)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경제적 손실과 해양·연안 생태계 손실을 포함한 총 손실액은 그 10배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경찰청 백서에 따르면 1993년이후 최근 13년간 우리나라 해상에서 발생하는 변사와 실종 등 인명사고 가운데 타살은 연평균 1% 안팎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99%는 본인과실 또는 안전사고 등으로 안전불감증에 의한 해난사고이다. 또한 2006년에 발생한 해양사고 845척중 86.3%인 729척이 운항부주의 또는 정비불량 등 설마하는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이와 같이 해상에서의 안전 불감증은 해양․연안 생태계 파괴 등 대규모 경제 손실과 함께 많은 피해를 가져온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10년에 의무화하기로 돼 있는 유조선의 이중선체 사용을 최대한 빨리 앞당겨 시행하도록 하고 유조선 등 대형사고 우려 선박 정박시 주변 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해상 종사자에 대한 부단한 안전교육과 지도 감독을 실시하여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와 은폐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난관리 매뉴얼에 따른 민 관 군 협력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대형사고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 대처 체제를 재정비하며 해양 안전시스템을 선진화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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