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현대 및 IOPC 배상 한도액 3천억원 무조건 선 보상하고, 생계지원비 558억원 피해규모 따지지 말고 지금 지급하라.
또 한 명의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0여일 사이 벌써 3명의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어버리고 끝내 세상을 버린 세 분 고인의 영정 앞에 삼가 명복을 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피해지역 주민들께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피해주민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현재의 참극은 사고 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해기업측과 피해복구를 오로지 선한 자원봉사자들의 온정에만 의지하는 듯한 정부의 대응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참여연대(공동대표 임종대, 청화)는 21일 이 불행한 사태를 야기한 삼성중공업과 현대 및 정부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가슴아픈 죽음의 행렬이 더 이어지기 전에 피해주민에게 피해액 전액에 대해 선보상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예인선이 현대오일뱅크 유조선과 충돌한 사고가 있은 지 벌써 40여일이 지났다. 그러나 그동안 사고의 책임자인 삼성중공업측과 현대오일뱅크가 보여준 태도는 어떠했는가? 그들은 당장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해진 피해주민들의 궁박한 처지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기에만 급급했다.
삼성중공업측은 “유조선측에 1차적 책임이 있어 보상을 먼저 시작할 수 없다”며 여론을 호도하기에만 골몰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고는 삼성예인선단측과 현대유조선측의 공동불법행위로서 양측이 동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유조선측 또는 유조선측을 대위하는 보험사나 IOPC펀드의 배상절차에 관계없이 삼성중공업측은 피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또한 삼성중공업측은 “삼성중공업이나 정부에서 보상을 시작하면 IOPC펀드의 배상액수에서 공제된다”는 왜곡된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정부의 보상을 지연시켰다. 피해지역 주민들까지 이 같은 삼성측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정부가 이미 지급한 생계보조금 300억원을 나중 배상액수에서 공제될까봐 받기를 미루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삼성은 고통에 처한 피해주민들을 위로하기는커녕 두 번 우롱한 것과 다르지 않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번 피해규모는 그동안 드러난 사실만 종합해 보더라도 상법과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및 관련 국제협정에 의한 통합 배상한도인 3천30억원을 넘을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지금 삼성이나 정부가 보상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IOPC펀드의 배상한도인 3천억원을 초과하는 피해가 남아있게 된다. 즉 IOPC 배상한도 3천억원 이상에 대해서는 삼성중공업측이 배상해야 한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IOPC펀드는 외국에 있는 돈이고 자신들의 중과실이 입증되면 IOPC펀드가 배상을 하지 않아 국익에 해가 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며 애국심에 호소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다. 그러나 IOPC펀드는 무과실책임 하에 피해보상을 하기 때문에 IOPC펀드는 무조건 입증되는 액수까지 배상을 하고 삼성중공업 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것이다. 즉, 최종적인 책임은 어찌되었든 삼성중공업측이 지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은 차일피일 책임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선보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부 스스로 정한 방제매뉴얼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를 키운 점, 2005년 IOPC펀드 배상한도를 1조원대로 늘이는 협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점 등등에 비추어 그 책임이 적다 할 수 없다.
정부는 세 명의 주민의 희생이 있은 오늘에서야 긴급생계지원비 558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한참 늦은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생계지원비마저 피해액수를 따지다 보면 또다시 지급이 지연될 것이며 피해주민들의 처지는 더욱 난감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생계지원비는 이번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주민들에게 피해액수에 상관없이 신속히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 생계지원비와는 별도로 피해액 전부 또는 IOPC 배상액 3천억원에 대해 무조건 선보상을 하여야 한다. 실제로 역사상 피해규모가 IOPC펀드의 배상한도를 넘었던 두 번의 해상사고인 1999년 에리카호 사고나 2002년 프레스티지호 사고 모두 프랑스정부와 스페인정부가 각각 주민들에게 선보상을 한 후에 IOPC펀드에 청구를 하였다. 당시 프랑스정부와 스페인정부는 피해액수가 IOPC배상 한도를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패해액의 90%를 선보상 했다.
이번 삼성-현대 기름유출사고 역시 IOPC펀드 배상한도를 넘어서는 사고로서, 정부는 프랑스나 스페인의 모범적인 선례를 따라 선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미래의 배상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해진 피해주민들이 그나마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때까지 버티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와 삼성중공업 및 현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어떻게든 자신의 책임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지금 당장 피해주민 지원과 복구에 나설 것이냐. 가해자임이 명백한 삼성중공업 및 현대는 배상액을 줄이기 위한 얄팍한 술수를 쓰다, 온 국민의 공적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참여연대는 삼성중공업과 현대 그리고 정부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당장 선보상하기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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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금 당장 피해주민들에게 선보상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