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KBS이사회를 허수아비로 만든 청와대는 사실관계 해명하고 관계자 문책하라
우여곡절 끝에 정연주 씨 후임 KBS사장 선출 절차가 막 진행되려는 순간 또 한 번 KBS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우리 모두를 충격과 허탈감 속에 빠뜨리는 경악스러운 일이 터졌다.
KBS공정방송노동조합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KBS후임 사장에는 (김은구, 강대영, 이병순) 세 명이 유력하다”고 확인했다는 보도가 어제 있었다. 기사의 전후를 보면 그 보도는 추측이 아니라 ‘관계자’로부터 직접 얘기를 듣고 쓴 이른바 ‘확인 기사’로 돼 있다.
어떻게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어제는 후임 사장 선출 첫 단계인 사장 지원응모 서류접수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누구누구가 유력”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가? 유력”하다는 것은 이미 누군가가 심사 작업을 끝마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 누가 누구를 추천했고, 심사를 한 주체는 누구인지, 유력한 세 명은 어떤 점이 훌륭한지 이참에 아예 한 점 의혹도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
만일 거명된 세 명중 한 명이 실제로 제청을 거쳐 임명되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아무리 오비이락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사전 낙점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KBS사태는 치유난망의 혼돈상황으로 빠지고 말 것이다.
낙하산 인사 내정’은 방송법 위반이다. KBS 이사회의 고유권한인 ‘제청권’을 침해한 명백한 월권행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도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촛불 집회 이후 정국을 반전시키고자 하면서 내건 최우선적 화두가 법치였다. 그런데 대통령 최측근이 법치를 정면 부정하는 언행을 공개적으로 거리낌 없이 했다.
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없는 사실을 날조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천기’를 누설해 버린 ‘천기 누설죄’를 범했거나, 때를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증 환자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그런 무능하고 정치적 센스라야 찾을 길 없는 사람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국가적 불행이다. KBS 사장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진상을 파악해 전말을 밝히고, 사실일 경우 문제의 ‘관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KBS이사회도 청와대의 해명과 적절한 후속 조처가 취해질 때까지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아무런 조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제청 절차를 계속하는 것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를 ‘추인하는 것’이고 이사회 고유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밖에 안 된다.
KBS이사회는 부적절하고 위법적으로 거명된 세 사람에 대해서는 설사 이들이 신청서를 접수시켰더라도 서류심사 대상자에서 아예 제외시켜 이사회의 공정성과 결연함을 내외에 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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