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수급권자 제한해 건강보장 사각지대 조장하는 개악안
복지예산 늘리지 않고 건강보험에 재정부담 떠넘기려는 것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차상위계층의 의료급여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9일 정부는 건강보험 전환 시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을 국가에서 지원하므로 빈곤층 건강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밝히고 있으나, 이번 계획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료급여 본인부담제와 더불어 의료급여 수급권을 제한하고 빈곤층의 의료보장을 후퇴시키는 정책에 불과하다. 참여연대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방기하고, 빈곤층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이 같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의 재검토를 촉구한다.
정부는 의료급여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난 7월부터 의료급여 본인부담제를 시행하고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논리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지출 구조를 유지한 채로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늘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건보전환 추진은 지출구조 개선을 통해 의료급여 수급자를 늘리겠다는 그간의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늘리기는커녕 그 수를 제한하는 정책에 불과하다.
또한 이는 차상위계층 의료비 부담완화를 위해 차상위계층 의료급여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온 기존의 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차상위계층을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더라도 차상위계층 의료지원 강화라는 기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정부의 재정부담을 건강보험에 떠넘기고 있어,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보험가입자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편 이번 정책은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신규 보건복지 분야의 재정투입을 위해 기획예산처에서 국가재원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후빈곤을 예방하고, 약화된 가족수발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들로 제도 도입의 취지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차상위계층 일부에게 부여한 의료급여 수급권 자격을 박탈하여 제한적 국가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복지 재정을 늘리지 않은 채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메우는 식의 단기적 복지 재정 구조조정은 복지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큰 재원 투입을 초래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저소득층의 건강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전가하고, 국민의 건강권과 복지권을 침해하는 경제부처의 이 같은 발상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건강보장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규모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계획은 빈곤층의 건강보장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차상위계층 의료급여의 건강보험 전환 계획을 재검토하고, 여전히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300만명의 차상위계층 의료수급권 확대 방안 등 빈곤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