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를 관측하고 그 변화를 천문도를 작성하여 왕조의 권위를 위한 상징물로 이용한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은 태조 이성계의 개국과 함께 제작되어 왕권을 표상하고 조선왕조가 천명을 받아서 탄생하였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만들어졌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은 천체(天體)의 현상을 차(次)와 분야(分野)에 따라 배열하여 그린 그림을 새긴 돌을 뜻하며 차는 태양의 궤도인 황도(黃道) 부근의 하늘을 12등분하여 일월(日月)과 5행성(五行星)들의 운행이나 절기를 알아보기 위하여 정하였다는 것이고 분야는 하늘의 별자리인 성수(星宿)들과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주국(州國)들과 짝을 지은 이름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전시하고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은 고구려 이래의 한국의 우주관을 도식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으며 중국 남송(南宋)의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돌에 새긴 천문도이다.
윗부분에는 12국 분야, 성수분도(星宿分度), 일수(日宿), 월수(月宿), 천(天) 그리고 8개 방향에 대한 짧은 설명이 사방에 있고, 석판의 중앙에 지름 76cm의 3중원이 그려져 있으며, 그 안에 1,464개의 별들이 점으로 표시되어 있고, 별자리의 이름이 해당한 위치에 새겨져 있다.
아랫 부분에서는 논천(論天)과 28수 거극분도(去極分度), 천문도 작성의 역사적 배경과 경과,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관직과 이름을 적고 끝에 제작 연도인 홍무(洪武) 28년 12월을 새겼다.
별자리 그림에는 중심에 북극을 두고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黃道)와 남ㆍ북극 가운데로 적도(赤道)를 나타내었다. 또한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별들이 총망라되어, 황도 부근의 하늘을 12등분한 후, 1464개의 별들을 점으로 표시했다.
이 그림으로 해·달·5행성(수성·금성·토성·화성·목성)의 움직임을 알 수 있고, 그 위치에 따라 절기를 구분할 수 있다.
이 천문도 아랫부분에 새겨진 논천기사(論天記事)는 조선 초기 천문학자들이 중국의 옛 전통적 우주관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의 우주관은 하늘과 땅이 생긴 모양을 대체로 둥근 하늘 아래 평평한 땅이 있다는 방식으로 설명한 개천설(蓋天說)과 하늘은 껍질과 같고 땅은 노른자위같은 달걀 모양이라는 혼천설(渾天說)이 지배적이다.
세종이 만든 보루각(報漏閣) 자격루(自擊漏)를 복원하여 고궁박물관이 전시하고 있다.자격루(自擊漏)는 물의 흐름을 이용한 시보장치(時報裝置)를 갖춘 물시계이며 1434년 장영실(蔣英實) 이 제작했다.
세종은 하늘의 시간을 땅으로 가져와 백성에게 알려주고자 천문을 관측하였으며, 해시계와 물시계, 역서(曆書)를 만들어 반포하였다. 그러나 해시계는 밤에는 사용할 수 없어 물시계가 표준이 됐다.
운종가 종루에 큰 종을 걸고 통금을 알리고 도성문을 닫는 인정(人定)과 통금을 해제하고 도성문을 여는 파루(罷漏)를 울렸다. 오정(午正),인정,파루의 시각을 정확하게 알리려고 만든 것이 자격루다.
세종이 장영실에게 명하여 시각을 알리는 일을 맡길 시보인형을 나무로 만들었으며 시각을 스스로 알려 사람의 힘이 들지 않았다는 세종실록의 기록이 세종의 경천애민(敬天愛民)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자격루는 물을 일정하게 흘려보내는 수수호(受水壺), 흘러온 물을 받는 파수호(播水壺),12지시마다 종을 울리는 시기(時機),1경-5경까지 북과 징을 울리는 경점시보기구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파수호의 위치를 1열 3단으로 배치했다.
김민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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