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불산 누출 근로자 사망 직후에야 관련 기관에 신고
정부는 누출사고 원인과 피해상황 철저히 조사해야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29일 장하나 의원실이 정부기관 등과 통화한 바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측은 사고사실을 25시간 넘게 은폐하고 있다가 피해자가 사망한 직후에야 관련기관에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반도체의 사고은폐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
삼성반도체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시 31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 외부에 있는 ´화학물질중앙 공급시설 밸브´에서 불산이 액체상태로 유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삼성반도체는 협력사 STI 서비스 직원들을 불렀고 27일 오밤 11시에야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수리를 완료한지 2시간여 지난 28일 7시 30분 STI서비스 직원 중 박모씨가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13시 55분에 사망했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반도체가 경기도청에 신고한 시각은 28일 오후 2시40분이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시각은 28일 오후 3시께이다. 삼성반도체는 불산가스 누출사고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가 박모씨가 사망한 직후에야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 의원실이 한강유역환경청과 통화한 바에 따르면 화학물질사고 대응 수습부서인 환경부는 28일 오후 5시가 돼서야 사고 신고를 접수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차 오염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화학물질사고에 환경부가 가장 늦게 사고 접수를 받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화학물질 전문부서인 환경부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정확하고 신속한 상황파악을 통해 사고수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발생한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일으켰던 구미 불산 누출 사고에도 경우 환경부의 늦장 대응과 미숙한 판단으로 2차 피해가 확산된 바 있다.
구미에서 대규모 재앙을 일으켰던 불산 사고가 일어난 지 네 달 만에 경주 상주에서 염산(1월 12일)이 충북 청주에서 불산(1월 15일), 그리고 경기 화성에서 불산이 누출되었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화학물질안전관리체계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구미사고 이후 김황식 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는 기존의 화학물질안전관리체계를 보강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장하나 의원실 보도자료 용두사미로 끝난 구미불산 대책
국회, 학계, 시민사회에서 화학물질 관리부서의 일원화를 통해 안전한 관리를 제안하고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에선 해당 물질을 관리하는 부처가 사고의 대응 수습의 주관부처 역할을 수행하고, 부처 간 관할이 중첩돼 있거나 불분명한 경우에만 환경부로 대응 수습 체계를 일원화였다. 관리 대상 물질에 따라 사고 대응 주관부처를 구분하는 기존의 틀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에서는 자체방제계획에 대해서만 정보공개를 확장하는 등 지역 주민들이 화학공장으로부터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주민들의 알권리도 확대되지 못했다.
정부는 삼성반도체의 사고은폐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 처벌 등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또한 불산 누출의 원인과 피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주민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기업경쟁력을 이유로 화학물질안전관리에 대한 안전관리강화, 정보공개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더 이상은 미루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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