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북한 전문가 탈 쓴 북한식 평화론
한 TV 토론 프로에서 어떤 북한 전문가란 사람은 이런 투로 말했다.
북의 최근 강경 모드는 오바마에 대한 실망 때문...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한 마디로, 오바마가 잘못해서 북의 3차 핵 공갈이 나왔다는 것, 휴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게 근본문제라는 함축이었다.
그는 말은 딱부러지게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그런 뜻임을 빙빙 둘러가며 풍겼다.
그렇지 않다면 [전쟁과 평화의 문제] 운운의 선문답(禪問答) 같은 소리란 도대체 무얼 두고 하는 말인가?
또 한 기고문에서 어떤 잘 알려진 한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종북 타령 그만 하고) 포탄이 오가는 극단적 대결 속에서도, 화해와 인내로써 교류해야 하는 길 외에 뾰쪽한 수가 없다
공북(共北)을 거쳐 화북(和北)으로 가야 한다
공북은 북과의 공존을, 화북은 북과의 평화를 모색하는 길이다.
이상의 두 발언을 하나로 종합하면 대체로 이런 뜻이 될 것이다.
북이 무슨 도발을 하던 그것은 근본적으로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걸려 있어서 그러는 것임을 이해하고 이쪽은 그저 오로지 상대방 구도(構圖)에 순응(順應)적으로만 임해야 하는데, 미국과 한국이 시종 그러지 않고 휴전체제 하의 대치(對峙) 상태만 고집하는 탓으로 분단고착과 전쟁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매사 우리 잘못이란 이야기다.
그런가?
남북의 대치는 8. 15 해방 직후 소련과 김일성이 [민주 기지론]이란 명제 하에 <북조선 인민위원회>를 만들어 북에 극좌 혁명권력을 수립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럴 때 혁명의 타도대상으로 찍힌 사람들은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살아야 한다. 그래서 불가불 [가능한 지역에서나마] 자유민주 헌법체제, 대한민국을 세웠다.
6. 25 무력남침, 1. 21 청와대 기습, KAL 폭파, 아웅산 테러, 울진 삼척 공비침투,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핵(核) 공갈 같은 게 있었을 때는 또 우리로선 어떻게 해야 했나?
죽지 않기 위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남북대치의 원인이자 역사다.
그런데, 대치의 원인(cause)은 뚝 잘라먹고 우리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결과(effect)만 가지고 “왜 대화하지 않고 ‘화북’ 하지 않느냐?"고 탓한다면, 그게 공정한 말이라 할 수 있을까?
공존과 평화는 우리가 60년대의 ‘이산가족 찾기 적십자 회담’ 이래 줄곧 추구해 온 정책이다.
그런데 이게 왜 항구적인 공존과 평화로 정착하지 못했나?
북과 종북 세력이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통일혁명’으로 가자는 해묵은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식민지’라며 도무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혁명 전략의 한 가닥이 [거짓 평화론]이다.
휴전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바꾸자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것으로 한미동맹을 해체한 다음 남북 연방제로 가서 최후의 [혁명적 마무리]를 하겠다는 꼼수다.
우리더러 이걸 받아들이란 말인가?
전쟁은 휴전체제라 하더라도 자기들이 도발만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통일은 왜 꼭 자기들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이라야만 통일인가?
그런 통일만 집착하겠다면, 우리도 한반도 전역(全域)에서 자유 민주 인권을 구현하는 통일을 추구하면 안 되나?
그건 통일이 아닌가?
북의 레짐 체인지와 북한주민의 행복추구권을 전제로 한 통일도 분명한 통일임에 틀림없으니 말이다.
북의 일방통행에 우리가 부응해 주지 않는다 해서 공존과 평화와 통일이 안 된다고 하는 식이라면, 그건 우리더러 아무 자기방어도 하지 말고 흐물흐물 녹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전쟁과 평화의 문제] [종북 타령 말고, 공북, 화북으로] 운운에서 그런 일방주의의 그럴듯한, 그러나 엉성한 수사학을 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