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두웅
1억 원 이하의 대출을 6개월 넘게 갚지 못한 연체자 등 약 33만 명이 빚의 최고 절반가량을 탕감 받는다. 금융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이 오는 29일 출범하고 다음달 22일부터 채무조정 신청을 받는다고 25일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단기부채자나 그동안 성실하게 부채를 갚아온 사람들과의 형평성 논란에 이어 자신이 낸 세금으로 남의 빚을 갚아주는 것이 싫다는 감정적 대응까지 일부 사람들은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크게는 특혜와 반칙, 부패와 부정, 투기와 탐욕이 횡행하는 한국 자본주의, 시장만능주의라는 ‘도덕의 위기’ 속에서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기존의 신용회복제도나 파산제도에 이어 국민행복기금제도를 ‘도덕적 해이’로만 몰아붙이기엔 다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실제 기초생활수급자로 국민행복기금에서 최대 70%까지 빚탕감을 받을 수 있지만 신청은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난 10년간 원금의 30%를 탕감 받을 수 있는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은 100만 명. 이 가운데 30만 명은 나머지 원금을 갚을 능력이 없어 중도 탈락했다. 또 3-5년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면제해주는 법원의 개인회생 프로그램 탈락자도 3년 새 2.5배나 늘었다.
그 이유로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안정적 일자리가 거의 없다는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실상 이번 국민행복기금 대상자도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제시했던 18조원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수혜 대상도 당초 공약한 322만 명에서 대폭 줄었다. 10%정도인 33만 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는 희년을 말한다. 희년에 이르면 모든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시키며 땅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 우리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이제 ‘도덕적 가치의 위기’를 이야기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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