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두웅
최근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의 ‘대풍수’에 ‘자미원국’이란 대사가 자주 등장했다. 여기서 ‘자미원국’이란 하늘이 내려준 하나의 왕조를 지탱하며 수백 년 이상을 발복하는 명당지를 말한다. 이 명당지는 도읍지를 정할 수 있는 양택도 될 수가 있고, 조상의 유골을 그 곳에 매장하여 후손들이 대대로 왕위를 물려 받게 되는 음택도 해당한다.
우주인 하늘의 중심에는 북극성이 자리 잡고 있고, 그 북극성 중심에는 자미원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태양조차 북극성 주변을 공전과 자전을 하는 소행성에 지나지 않는다하니 우주의 핵심정기가 모인 곳이다.
일부 풍수학자들은 현재의 민주주의 국가인 대통령중심제에서 왕을 세습할 수 있는 그런 음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사람은 땅에서 나서 땅이 길러낸 먹거리를 먹고 살다가 마침내 죽어서는 땅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대지는 바로 인간의 모태이니 영원, 무궁토록 이 땅위에서 번영과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인류의 숙명이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위로 하늘을 우러러 그 현묘한 이치를 살피고 아래로 땅의 기운을 관하여 그 성하고 쇠하는 도리를 개달아 사는 곳과 묻힐 자리를 선택해 왔다. 이러한 양택과 음택을 쉬운 우리말로 '터'라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육관도사(六觀道士)고 불리운 손석우(1928~1998)는 우리나라 최근의 풍수지리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손 씨는 사람이 땅에서 나서 땅 위에서 살다가 마침내 땅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인류의 숙명을 말한다. 우리 옛 조상들은 하늘의 이치와 땅의 기운을 살펴서 사는 곳(陽宅)과 묻힐 자리(陰宅)를 선택해 왔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조상들이 죽어서 묻힌 곳이 산이였기 때문에 높은 산을 조상들이 사는 집이라고 믿었고, 이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손석우 씨가 저술한 ‘터’ 라는 책은 풍수지리에 얽힌 재미나는 비화, 설화, 전설 등을 육관도사가 말하고, 제자 윤덕산이 적은 책이다. 우선 우리나라 풍수의 비조로 알려진 도선국사와 고려왕조의 성립, 조선의 건국과 관련한 무학대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육관도사는 이 책에서 지구가 생긴 이래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최고의 명당인 자미원(紫薇垣)에 대한 이야기를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손 씨는 충남도 내포지방에 있다고 전해져 오는 명혈인 자미원은 대 명당터로 약 한 세대 후 통일된 세계를 다스릴 제왕이 이 혈의 발복으로 등극한다고 주장했다. 이 천장지비의 이 자리를 오로지 육관 자신만이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미원의 비밀과 남연군묘의 도굴 사건' (p 259)부분에서 “자미원은 충남
서산에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장차 통일된 세계를 다스릴 제왕이 이 혈의 발복으로 등극한다”고 서술했다.(p 262)
여기서 손 씨, 즉 육관도사의 묘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이 이야기는 예산에 살면서 자신의 묘터를 남연군묘와 손석우 묘 사이에 땅을 사놓은 분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전해 온다.)
육관도사는 지난 1998년 8월 27일 자기가 죽기 직전에 자식들을 불러 놓고 자신의 숨이 끊어지면 2시간 후에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절대 자신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남에게 알리지 말고 시신을 둘둘 말아서 자신이 직접 잡아 놓은 곳에 바로 묻으라고 하였다 한다. 몇 달 후 사람들은 그의 사망과 그의 묘가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남연군묘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풍수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게 되어 언론에 알려지게 되자 예산군에서는 비록 이곳이 사유지라 할지라도 개인의 묘를 쓸 수 없는 도립공원이라 하여 육관도사의 후손들을 자연공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묘를 이장할 것을 명령하였으나, 후손들은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고 한다.
가야산의 명당이야기는 조선시대 흥선대원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산 상가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지나치게 되는 곳이 남연군묘로서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이구(李球)의 묘이다. 안동 김 씨의 권세를 피해 전국을 주유하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 접근한 정만인에게 명당자리를 부탁하니 정만인은 “덕산 가야산 동쪽에 이대에 걸쳐 왕이 나오는 자리가 있으니 이대천자지지(二大天子之地)이고 광천 오서산에 만대에 걸친 영화를 누리는 만대영화지지(萬代榮華之地)가 있으니 선택하라고 하자 흥선은 주저 없이 천자가 되는 가야산을 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땅에 가야산이라는 절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하응이 이곳에 자신의 아버지를 모시려면 가야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든지 아니면 없애야 했다. 이하응은 결국 이 절에 불을 질러 폐사시키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가야사는 없어졌고, 1846년 가야사의 5층 석탑이 있던 자리에 남연군의 묘가 자리 잡게 됐다.
7년 후 흥선군은 차남 명복을 얻었고, 이가 곧 후사가 없던 철종의 뒤를 이어 12세에 왕위에 오른 고종이다. 아들이 왕위에 오르자 자신이 불태운 가야사에 사죄하고 은혜에 보답하고자 1865년 남연군묘 아래쪽에 ‘보덕사’를 세우고 원당 사찰로 삼았다. 결국 지관의 예언대로 흥선의 후손은 2대에 걸쳐 왕이 되었으나 조선은 이를 끝으로 멸망을 하게 된다.
한 때 '터'란 책은 출판 당시 김일성의 사망을 예고해 세상의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김일성이 사망하기 일 년 전인 1993년 7월로 '전주 김 씨 문장공 김태서 묘의 발복과 김일성의 운명'(p 110)이란 편에서 시조인 김태서의 묘터가 전주 모악산의 중턱에 있는 명당자리인데, 김일성은 이 묘역의 정기를 한 몸에 받고 태어났는데 묘자리가 미좌축향(未坐丑向)으로 만 49년 동안은 절대권력을 행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1945년부터 시작된 김일성의 통치기간은 49년이 되는 1994년 갑술년 초겨울 무렵이면 끝난다고 예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력 9월 14일 인시(새벽 3-5시)에 그 묘의 정기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이 나온 다음 해에 예언대로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에 새벽에 갑작스런 심장마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또 '서울의 풍수와 한민족의 장래'(p 188) 부분에선 '앞으로 미8군을 비롯한 수많은 각종 부대들이 서울을 떠날 것이다.' (p 197)의 예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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