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극 나왔다는데 아이에게 발목 잡힌 당신. 고민을 날려줄 희소식이 있다.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바다와 양산’(연출 송선호)이 바로 옆 베이비 카페 ‘아기곰’과 함께 연극을 보면 무료로 아이를 돌봐주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 엄마 아빠는 극장에서, 아이는 놀이방에서 각자 취미를 즐길 기회다.
바다와 양산’은 조용해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잡음이 말을 한다. 발톱 깎는 소리, 신문 접는 소리, 물 소리, 냄비 떨리는 소리, 맥주잔 채우는 소리, 미닫이문 여닫는 소리, 식사하는 소리, 찻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여인(예수정)과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남편(남명렬)의 3개월을 따라가는 연극은 대사보다는 일상적인 소리로 무대를 채운다. 침묵 덕에 부부의 삶이 온전히 객석에 전해진다는 건 아름다운 아이러니다.
배우들은 일본 기시다 연극상을 받은 이 드라마와 절묘하게 포개진다. 해질녘 공기처럼 고요히 죽음을 준비하는 예수정, 흔들림을 숨긴 채 착 가라앉은 연기를 한 남명렬, 우스꽝스런 화술과 몸짓으로 극의 슬픔을 배가시킨 박지일 등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지만 극장에선 보기 힘든 일상의 풍경을 포착해 보여준다. 암전 직전의 대사를 귀담아듣는 것도 이 연극을 즐기는 방법이다. 공연은 26일까지. (02)744-0300
엄마 아빠가 모처럼 객석에 앉아 있는 동안 놀이방에서 뒹구는 아이는 더 즐겁다. 정글짐, 탈 수 있는 미니 자동차, 소꿉장난용 부엌, 인형과 풍선 등 장난감이 그득한 놀이방에선 베이비 시터 2명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다. 옆에는 부모들이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24개월 이상 일곱 살까지의 아이를 돌봐주며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9시. (02)763-3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