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2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별로 대선 예비주자들이 확정된 가운데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불어 각종 언론 매체에서 선거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 방송모니터팀은 한나라당 경선이 시작되었던 6월 11일부터 10월 22일까지 방송 3사 저녁 종합뉴스의 선거 관련 보도 중 정책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방송3사 메인뉴스, 정책보도 거의 없어
그 결과, 유권자는 언론을 통해 대선 예비주자들의 정책이 무엇인지, 과연 그 정책이 실현가능한지 등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방송 3사의 메인뉴스는 그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1,232건의 선거 보도 중에서 ‘정책 분석 및 검증 보도’는 3사를 합해 3건에 그쳤다. SBS는 정책 분석 및 검증 보도가 아예 없었고, MBC는 1건, KBS는 2건을 다뤘다. 정책 분석 및 검증 보도는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분석하거나 전문가 분석이나 자체분석을 통해 공약을 구체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4개월 넘는 기간 동안 정책을 분석하거나 검증한 보도가 0.24%라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으며, 방송이 대체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검증 및 분석 보도 내용 매우 부실
그나마 정책검증 및 분석을 시도한 보도 3건 중에서 2건은 10월 22일 보도된 것이며, 경선과정이 활발하게 있었던 6월 11일부터 10월 7일까지는 정책분석 및 검증보도가 KBS 1건뿐이었다. 나머지 2건의 정책 분석 보도는 MBC에서 금산법과 그 쟁점을 정리한 보도 1건, KBS의 대선주자별 경제공약 비교 보도 1건이 전부였다.
3건의 정책검증 보도는 내용면에서도 부실했다.
KBS는 아직 각 당의 경선이 진행되고 있던 7월에 <정책 분석해 보니>(7/26) 1건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2분도 안 되는 짧은 리포트에서 비정규직, 남북문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루려다보니 모든 내용이 ‘수박 겉핧기’식 보도에 그칠 수 없을 밖에 없었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10월 22일 <공약비교 <경제>>(10/22)에서도 비슷하게 지적되었다. KBS는 10월 22일부터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분석하는 기획보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첫 번째 분야인 ‘경제 공약’ 비교였던 <공약비교 <경제>>(10/22)에서는 경제성장률 수치, 금산분리 정책, 성장동력, 일자리 해법에 대한 이명박, 정동영 후보의 공약을 단순 나열하며 차이점을 보여줬다. 그 외 후보들은 공약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쳐 형평성에 어긋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 리포트 안에서 너무 많은 정책을 다루려다보면 결과적으로 주요 후보 한두 명의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고 검증이나 분석은 어렵게 된다. 따라서 KBS의 정책보도는 좀 더 구체적인 아이템을 잡아 국민들이 궁금한 각 후보 간 정책의 차별성과 그에 대한 평가까지 포함하도록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나마 MBC <뜨거운 쟁점>(10.19)은 다른 정책분석 보도에 비해 돋보이는 형식이었다. 이 보도는 경제관련 여러 내용을 담지 않고, 금산분리에 대한 입장 한 가지만 소재로 하여 정리했다. 엄기앵 앵커는 먼저 유권자에게 매우 생경한 단어인 금산분리를 설명해주었고 김수진 기자는 차분하게 사안에 대한 설명, 후보의 주장과 그들이 주장하는 배경을 비교·설명했다. 물론 이 보도는 금산분리 유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어느 입장에 대해서도 방점을 찍지 않은 채 정책 자체를 설명 비교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측은 규제를 완화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경제 논리로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정동영 후보 측은 과거 한국 재벌의 행태를 볼 때 은행을 맡기면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금산분리 유지냐, 완화냐. 선택은 대선에서 국민의 손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정리멘트는 그동안 이미지 위주의 보도, 선거일정이나 쫓아다니는 보도에 비해 매우 참신하다는 평가이다.
한편 정책분석 및 검증 보도로 분류한 3꼭지가 대부분 유력후보 위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KBS <정책 분석해 보니>(7/26)는 “여론 조사 지지율이 평균 5%를 넘는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범여권의 손학규, 세 대선 주자의 정책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KBS <공약비교 <경제>>(10/22)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발언을 위주로 정리했으며, 그 이외의 후보에 대해서는 리포트 끝부분에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혁명적 규제 개혁,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부유세 신설과 비정규직 완전 정규직화, 문국현 전 사장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8% 경제성장.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의 행정수도 재추진 공약도 유권자들의 시선을 끕니다” 수준으로 각 후보의 대표적 경제관련 슬로건을 한 데 모아 정리해준 수준에 그쳤다. 또한 MBC <뜨거운 쟁점>(10.19)도 이명박 정동영 두 후보의 입장만을 부각해 보도했다. 보도 가운데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인터뷰 내용이 있었으나, 이는 민주노동당의 대통령후보의 발언도 아닐뿐더러, 민주노동당 공식입장이라는 멘트조차 없어서 그저 금산분리 유지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에 가까운 인상을 주었다.
정책을 언급하는 보도 자체가 부족
‘그 외 정책 관련 보도’는 방송 3사를 모두 합해 67건이었다. ‘그 외 정책 관련 보도’란 정책을 소개하거나 정책관련 공방보도를 비롯해 각 후보들의 정책 관련 발언을 간단하게 보여주거나 기자가 한두 마디 언급한 것도 포함된 것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분석했음에도 정책 관련 보도(정책검증보도 제외)가 KBS 21건, MBC 26건, SBS 20건 뿐이어서, 전체 선거보도의 5~6% 수준이었다. 이들 보도는 대부분 토론회를 단순히 중계하거나, 정치공방 중 오간 정책관련 내용이 한두 마디 있는 것을 그대로 보도한 수준이었다. 특히 이번 분석은 대선후보의 경선과정에서 공방이 오갈 때, 정책과 관련한 내용이 한마디라도 있었으며 모두 포함시킨 것이다. 모니터 기간 동안 방송사별로 400여 건이 넘는 선거관련 보도가 있을 정도로 대선관련 보도가 많았음에도 이처럼 정책이 언급된 보도가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우리 보도가 얼마나 선거운동 일정을 따라가며 스케치하는 데 급급한지, 그들의 정책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부각시켜 정책대결로 그려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라 하겠다.
정책검증 보도 반드시 필요
‘미디어 선거’가 정착되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방송에서 항상 지적되어온 이미지, 후보동정, 정치공방, 지지도 중심, 판세 중심의 보도행태가 여전하다는 점과, 특히 정책검증 보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개탄할 일이다.
선거보도는 대선 후보들의 정책과 노선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알려줘,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한다. 정책을 다룰 때도 도덕성, 일관성, 공직 적합성 등 합리적 기준에 근거해 실천 가능성과 그동안의 행보를 되짚어 꼼꼼하게 검증해야한다. 단순히 후보나 정당이 제공한 자료에만 근거해 단순 나열식의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방송 3사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심각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대선 보도 ‘정책·검증 TFT’팀을 꾸려 “후보들의 공약을 충실히 알려주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며 공약비교 기획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첫 번째 기획보도를 보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KBS에 기획보도가 애초 꼼꼼한 분석내용을 담을 수 없는 큰 정책주제를 잡아 ‘수박 겉핧기’식의 보도를 하지 말고, 좀 더 구체적인 사안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 또한 단순히 정책을 소개하고 차이를 드러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검증하는 보도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또한 우리는 방송3사 선거보도가 신문에서 만들어내는 의제와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의제를 쫒아가는 형식을 탈피하기를 기대한다. 다시 말해서 방송사 스스로 대선에서 중심이 되어야 할 바람직한 유권자 중심의 정책의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정책 보도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며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선거의 장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이런 기능은 선거보도가 유권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대통령 당선자가 유권자들과 약속한 정책과 노선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독주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방송3사가 이번 대선에서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주길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