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30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저소득층의 자활을 목적으로 예비 사회적 기업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에는 4개의 노숙인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월에 지정된 참살이영농조합법인, 엔젤영농조합법인, 다시서기 자전거재활용사업단(해피바이크)과 이번 4월에 지정된 빅이슈코리아가 그것이다.
자활영농사업을 통해 탈노숙을 꿈꾸는 두 개의 영농조합법인은 각각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화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키는 일만 하며 정해진 월급만 받는 것이 아니라, 조합을 만들고 농사 기술을 익히며 그 과정에서 수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요즘 참살이영농조합이 장수풍뎅이 팔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년 공들여 키운 장수풍뎅이 애벌레 12만 수 중 8만 수 이상이 팔지 못하게 된 것이다. 원가로 계산해도 1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15명의 노숙인 근로자에게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탈노숙 자금이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판로가 없어서 못 파는 것은 아니다. 12만 수 중 6월까지 성충으로 변태(變態)시킬 수 있는 2만 수는 대형유통업체에 납품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보유하고 있는 시설을 총가동해도 변태 시킬 수 있는 양은 2만 수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참살이영농조합은 서울시립 양평쉼터 노숙인 15명이 탈노숙을 목적으로 구성한 자발적인 조직으로 3년이 넘는 노력 끝에 지난 2월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노숙인의 처지라서 지금 장수풍뎅이를 키우는 부지도 남의 땅을 빌린 것이다.
참살이영농조합법인이 장수풍뎅이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고구마도 심고 채소농사도 지으며 자활을 준비해 가고 있다. 특히 서울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오골계, 오리 등 가축사육도 조그맣게 시작했다.
농사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은 서울시에서 지급하는 임금을 아끼고, 주변 농가에 일을 나가서 받는 품삯을 모아서 마련한다. 농기구를 빌리거나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가져오기 위해 며칠씩 농기구 주인집에서 일을 해 주기도 한다.
변태시키지 못한 애벌레는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참살이영농조합법인이 가진 애벌레는 다자란 3령(齡)이다. 자연적으로 성충이 되는 시기는 올해 7~8월이다. 냉장보존하거나 내년도 출하를 위해 증식용으로 2만 수 정도를 남긴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수가 남는다.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성충이 모여 있으면 자연스레 수컷 간에 영역싸움이 치열해져 대부분 폐사한다.
최근 들어 장수풍뎅이가 애완용 곤충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 대부분의 구매자가 성충을 선호한다. 성충과 애벌레의 가격은 2~3배 차이가 나지만, 현실적으로 6월 이전 변태가 어려운 상황이라, 유충병에 암수 한 쌍과 영양톱밥 등을 포장해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또 유충으로 대량 납품이 가능한 업체가 있는 지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정상적인 출하가 가능하다면 송아지들을 구매해 키울 예정이었으나 출하가 어려워졌다고 좌절하지는 않는다. 지난 3년간 무수한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지나며 자활영농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는 노숙인들의 탈노숙을 위해 앞으로도 서울형 사회적 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공공근로 같은 다른 일자리처럼 시키는 일만 하고 정해진 월급만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서로 협동해 가면서 탈노숙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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