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

8일전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오 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4일 무상급식 투표의 투표율이 33.3%에 미달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오 시장은 “정치인은 장구한 역사로 봤을 때,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다”며 “오늘의 제 결정이 이 나라에 지속가능한 복지와 참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데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저 오세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더 이상 후회는 없다”며 결연한 각오를 전했다.
그는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천만 시민 여러분께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리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묻고 또 물어봐야만 했다”고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또 그것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 짐을 저라도 마땅히 짊어져야만 한다는 양심의 목소리를 끝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220억 원이면 ‘희망플러스통장으로 저소득층 3만 가구의 인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지켜보고 실감해온 서울시장이, 매년 몇 천 억을 필요하지도 않는 넉넉한 분들에게까지 항구적으로 나눠주어 어려운 분들의 희망을 꺾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봇물 터지듯 지금 쏟아져 나오고 있는 ‘무조건적 퍼주기식 복지’는 지금껏 애써 지켜온 서울시의 복지 원칙과 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허물어뜨리는,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는 점에 제 고뇌가 깊어졌다”며 “오늘 이 결정이 예측불허의 수많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번민 속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 나라가 인기영합주의의 ‘빠른 복지’가 아닌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바른 복지’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 그 한 가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수차례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무릎을 꿇고 투표참여를 호소하기도 했다.
오 시장의 이날 승부수는 그간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던 ‘주민투표 패배시 시장직 사퇴’보다도 훨씬 강도 높은 카드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표 결과에 시장직 연계’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오 시장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오 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에 이어 시장직까지 올인함에 따라 3일 후에 치러질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더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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