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자체 파산제를 검토 중이다. 방만 운영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부산시의 부채 규모는 2조원이 넘은 상태고, 대부분의 지방 지자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박민식 의원은 시는 이달 중 안전행정부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기 위해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건립 재원 수 천 억 중 1 천 여억 원은 롯데그룹으로부터 기부 받았지만, 나머지 재원은 정부와 시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문화예산을 확보하는 게 녹록치 않다는 것은 이미 지난 영화의 전당 건립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미 시의 부채 규모는 2조원이 넘은 상태다. 비단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예산이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 재정에 또 다른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거의 모든 세계인들이 알고 있는 호주의 국가적 랜드마크다. 하지만 1억 200만 달러를 들여 지어놓은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 ‘제대로 된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8억 달러를 들여 다시 고쳐야 한다고 한다.
호주 국내는 차라리 그냥 두고 오페라 하우스를 새로 짓자는 말까지 나온다. 멋진 ‘하우스’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정작 ‘오페라’는 빠져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시에서 처음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고 할 무렵, 시로부터 보고받은 자료에는 유독 ‘세계적인 규모, 랜드마크적 상징성’등의 수식어가 유독 눈에 띈다. 목적이 공연인지, 관광을 위한 랜드마크 건설인지가 모호하다. 그러면 차라리 낫겠지만 누군가의 치적용, 기업 홍보용이라면 묵과할 수 없다.
운영도 문제다. 제대로 확인해 본 바는 없지만 영화의 전당의 한 해 적자가 상당하다고 한다. 대구에 위치한 오페라하우스의 운영에 연 간 50억 원 가량이 투입된다. 부산시는 그보다 더 큰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고 한다. 지어놓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시가 과연 그 비용과 비난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시는 오페라 외에 뮤지컬 및 다른 대중공연 활성화, 기반시설 활용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오페라가 아닌 다른 공연을 더 많이 올릴 생각이라면 굳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오페라하우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오페라 없는 오페라 극장’, 어느 일간지 기사의 제목이자 오늘날 국내 오페라의 현실이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좋은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제대로 된 좋은 작품이 없는데, 극장부터 짓자는 건 어이없는 주장이다.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학교 건물만 좋다고 곧바로 명문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오페라는 분명 좋은 문화, 관광 콘텐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 세계에서도 소수의 애호가들만 존재하는 게 오페라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과 오페라를 즐기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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