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시행 50일…도시철도 사고·화재 등 39건 신속 처리
긴급상황 발생시 신고내용·상황 등 15개 관련기관 실시간 공유

부산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서 한 경찰이 현장 출동 지령을 내리고 있다.(사진=부산경찰청)
지난달 10일 오후 7시 10분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출발한 1289호 전동차가 달리던 도중 갑자기 멈춰섰다. 이어 펑 소리와 함께 열차 뒤에서 연기가 치솟는다는 신고가 부산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경찰은 곧바로 119와 교통공사·한전 등에 기관 공청을 실시했다. 승객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경찰과 부산교통공사는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한전은 즉시 단전수리를 하고 부산소방본부는 구급차량을 대기시키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안내방송 불신으로 승객 300여명이 전동차의 문을 열고 빠져 나온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이날 상황은 부상자 1명도 없이 종료됐다.
경찰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긴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재난기관 공청 무전망’이 각종 재난 상황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기관 공청 무전망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 112 종합상황실의 무전 내용을 15개 기관이 함께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부산경찰청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긴급 상황이 발생해 관련기관 협조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 판단되면 공청 단추를 눌러 신고 내용과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것이다.

재난기관 공청 무전망 시스템
사실 경찰과 소방안전본부, 해경은 112망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할 때 유선으로 통보를 하면서 초기 긴급 구조시간인 ‘골든타임’을 허비한 사례들이 종종 발생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재차 실감한 경찰은 재난기관이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신고내용과 상황을 재난대응 기관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부산경찰청은 부산소방안전본부, 남해해양경찰청, 부산해양경찰서, 부산교통공사(지하철), 한국철도공사, 육군53사단, 부산도시가스, 부산시 교통정보센터, GK해상도로, 부산시설관리공단, 부산·김해경전철, 한전 등 15개 재난기관에 공청 무전망을 설치했다.
참여 기관들은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대응과 대처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모의훈련을 실시했으며 실제 공조사례 성과로도 이어졌다.
지난 5월 14일부터 50일간 시스템을 통해 골든타임에 처리한 사건은 인명구조 12건, 화재 5건, 상수도관 파열과 가스 유출 및 정전 6건 등 39건에 달했다.

지난 5월 21일 부산 금정구 오륜터널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정해 부산경찰청과 부산소방안전본부 등 재난 대응 기관들이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점검하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경찰청)
실제 지난 5월 23일 오전 4시 57분께 ‘서구 충무동 금양제빙 앞 200m 해상에서 정박 중인 배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신고 상황은 해경과 소방본부에 기관 공청망으로 전파됐고 소방정 4대가 긴급 출동하면서 외국인 선원 4명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5월 20일 오후 11시 33분께는 부산 사상구 신풍산업 앞 도로에서 탱크로리 차량에서 액화질소가 유출됐다. 공청 무전망으로 경찰, 소방, 도시가스, 시청, 53사단 등으로 전파돼 17분만에 가스유출 원인 파악과 현장수습이 이뤄졌다.
공청 무전망 참여 기관들의 만족도도 높다. 부산소방본부는 경찰의 신속한 상황전파를 동시에 전달받아 출동할 수 있고, 부산교통공사는 승객대피 유도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한전은 인지 못하는 정전사고까지 통보받아 사고 현장에서 경찰의 주민통제 도움으로 안전하게 복구공사를 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더 나아가 올 여름에는 피서 인파가 많은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을 낀 기초단체와도 기관 공청망을 활용해 신속한 재난대응 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공청무전망 시행 50일동안 39건의 재난 사건과 사고를 골든타임내 신속하게 처리했다”며 “국민의 안전요구가 어느때 보다 높은 시기에 선도적으로 기관공청을 실시해 다른 기관에서까지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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