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오후 부산 컨벤션센터(BEXCO)에서 열린 ‘제14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에 참석해,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과 경영 전략을 갖고 사람을 키우고,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 전체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양극화 해소에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의 생산성을 높이고, 합의한 내용을 책임있게 실천해 나간다면 보다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력과 자본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에, 일자리 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간 협력은 물론, ILO 등 관련 국제기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참석한 각국 대표들에게 “최근 아·태 지역이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고용없는 성장 등으로 인해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 지역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좋은 방안들을 많이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는 랏트나시리 위크라마나야카 스리랑카 총리, 마루프 바킷 요르단 총리, 후안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을 비롯해 ILO 각국 대표 등이 참석했다.
■ 노무현 대통령 축사 전문
제14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 개회를 축하드립니다. 국제기구와 42개국에서 오신 참석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ILO 아·태 총회는 지난 56년간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권익신장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공헌에 감사드리며, 이처럼 뜻 깊은 회의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ILO 관계자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진전은 개인과 국가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개방을 통한 경쟁 촉진과 무역자유화의 가속화는 부의 창출과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지역통합이 강화되면서 국가간 상호의존과 협력 필요성이 높아져 환경, 인권 등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아·태지역에서도 무역자유화가 회원국들의 경제성장과 국민후생 증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06년 IMF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는 지난해 7.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세계경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 풍부한 인적자원과 같은 잠재력이 발휘되면 앞으로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태지역 양극화 심화…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지혜 모아야
참석자 여러분,
이러한 세계화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 혜택이 공평하게 배분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경제주체들의 경쟁력 차이로 인해 지역간, 국가간, 계층간 격차가 벌어지는 경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면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노동시장 구조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됩니다. 이는 근로자간 소득격차 뿐만 아니라 빈곤층 증대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최근 아·태지역도 양극화로 인해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매년 4∼7%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서 25세 이상의 실업률보다 세 배나 높은 실정입니다.
또한 일자리 부족은 근로 취약계층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에는 하루 소득 2달러 미만의 근로빈곤층이 10억 명을 넘어 전 세계의 3/4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는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좋은 방안들이 많이 제시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 일자리 많은 중소기업·서비스산업 활성화에 역량 집중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은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를 극복하면서 최근까지 4∼5%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경제주체간 지식·정보격차가 확대 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소득 계층간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의 심화는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시장 침체와 투자 감소를 가져오고, 이것이 다시 양질의 일자리 축소와 비정규직 근로자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일자리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양극화 극복 대책입니다.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고 일자리의 질도 좋아져야 합니다.
한국은 이를 위해 일자리가 많은 중소기업을 활성화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협력관계 구축,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금융지원체계 개편 등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혁신해가고 있습니다.
고용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도 다양화·고급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물류, 법률, 회계, 컨설팅과 같은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보건, 복지, 교육, 문화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대폭 늘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고용지원서비스와 직업능력개발이 결합된 선진적인 고용안정망 구축을 국가 전략과제로 선정해서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나 능력개발의 기회를 갖고, 각자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입니다.
사회안전망 강화·국제기준 부합하는 노사관계 선진화도 추진중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사회안전망 기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1997년에 비해 사회보장 예산을 3배 이상 늘려 노인과 저소득층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사회보험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근로자와 장애인,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시정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과 경영전략을 가지고 사람을 키우고,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 전체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의 생산성을 높이고, 합의한 내용을 책임있게 실천해 나간다면 보다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인력과 자본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에, 일자리 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간 협력은 물론, ILO 등 관련 국제기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총회가 이를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즐겁고 보람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