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금속적 성질을 나타내면서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이 부산대학교 교수팀이 주도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 학술지(네이쳐(NATURE)4일자 최근호를 통해 부산대학교 이광희(물리학과, 제1저자 및 주교신저자,)교수 연구팀과 아주대학교 이석현(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결과가 담긴 논문(Metallic Transport in Polyaniline)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최근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기안정화 분산기법(Self-stabilized dispersion polymerization)’이라는 독창적인 합성법을 이용하여, 기존의 전도성 고분자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고분자 물질은 높은 전기 전도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이 계통 물질에서는 이례적으로 세계 최초로 순수한 금속의 특성을 나타낸다.
이 물질은 휘어짐이 가능하여 외부충격에 깨어지지 않는 전기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차후 두루마리 TV, 태양전지를 이용한 휴대용 충전장치 및 입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의 개발에 핵심요소로 이용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으로 잘 알려진 전도성 고분자(Conducting Polymer)는 1970년대 후반에 처음 발견된 이후, 새로운 전기 전자 물질로서 많은 연구를 촉발시키며 지금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전도성 고분자는 전기가 통하기는 하되, 드루드 모델(Drude model)과 같은 간단한 고체물리학의 기초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한 구리나 알루미늄 혹은 은과 같은 전형적인 금속과는 사뭇 다른 물리적 특성을 보여 왔다.
대표적인 예로 광학적 전도율(Optical conductivity)에서 일반적인 금속은 적외선의 낮은 에너지 영역에서 드루드 모델의 예측대로 광학적 전도율이 에너지를 낮출수록 계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기존의 전도성 고분자는 특정 에너지보다 낮은 에너지에서는 오히려 광학적 전도율이 감소한다. 또한, 온도에 따른 저항 측정에서도 일반 금속의 경우에는 온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전기 저항은 계속 감소하나 기존의 전도성 고분자에서는 처음에 낮아지던 전기 저항이 특정 온도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무질서계 금속(Disordered Metal)의 대표적인 모습이며, 이러한 물질 내에 존재하는 무질서도는 기존의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하려는 여러 응용연구에서 항상 걸림돌이 되어 왔다.
자기안정화 분산기법에 의한 합성법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폴리아닐린계의 전도성 고분자는 기존의 전도성 고분자와는 달리, 순수한 금속의 전기적 물성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전기 전도도 역시 최고 1200S/cm의 수치로 기존의 전도성 고분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새로이 개발된 합성법을 이용한 제조과정에서 분자들 사이의 어긋난 결합을 배제하여 분자적 규모에서 기존의 물질보다 더욱 높은 순도의 물질을 얻음으로써 가능하게 됐다.
이 물질은 플라스틱이 가지는 기계적인 우수성과 금속이 가지는 높은 전자 전달 능력을 동시에 지니므로 플라스틱 전극, 회로, 배터리를 포함하여 전기/전자 소자 전반에 걸쳐 응용이 될 수 있으며 특히 휘어짐이 가능하여 외부충격에 깨어지지 않는 전기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Flexible Display), 플렉서블 태양전지 (Flexible Solar Cells) 및 플렉서블 회로(Flexible Circuit) 등의 개발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학문적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전도성 고분자 자체의 근본적인 물성을 명확히 규명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전도성 고분자를 발견한 공로로 2000년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미국 산타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Alan J. Heeger’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실험 결과 해석과 분석 등에 참여했다.
저자 약력
이광희(45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제1저자 및 주교신저자)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1983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1985 석사)
산타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1995 물리학 박사)
이석현(54) 아주대학교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공동교신저자)
서울대학교 화학과 (1974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및 화학공학과 (1976 석사)
프랑스 루이파스퇴르대학 (1981 이학국가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