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기업의 편법행위에 대한 자기반성 선결되어야
경제단체, 규제완화, 대한상공회의소, 비정규직법, 차별시정제도, 참여연대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 높이기 위한 대책마련 시급히 이루어져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6일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으로 확대 사용기간 제한 예외대상에 50세 이상 준고령자 포함 차별금지 조항의 100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 유예 파견업종을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전환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법에 대한 업계 건의문을 노동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위원장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8일 비정규직법을 준수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틈만 나면 비정규직법의 실효성을 무력화하려는 경제단체의 태도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사용기간 제한 예외대상 확대요구는 사용기간 제한을 통해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려는 비정규직법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 조항의 10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요구는 비정규직법의 핵심 조항인 차별금지 및 차별시정제도 기능마저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이와 같은 요구는 사실상 ‘비정규직법 폐지’ 요구와 다를 바 없다.
특히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너무 짧아 기업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2년이 지나면 대규모 계약해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사용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사용기간 만료 전후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편법행위에 대한 자기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설득력과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더욱이 편법행위에 대한 규제 장치가 전제되지 않은 사용기간 연장 요구는 계약해지 사태를 방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다.
또한 사용기간 제한 예외대상을 55세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정규직의 50세 이전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50세 이상의 정규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고,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의 파견업종은 파견근로의 남용을 초래할 것이다.
결국 대한상공회의소의 비정규직법 완화 요구는 비정규직의 남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4여년 간의 공방 끝에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해소라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제정되었다. 비정규직법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탄생한 최소한의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장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계약해지, 외주화전환 등 온갖 편법 행위로 비정규직법 적용을 회피하 고, 비정규직법 시행 1년 만에 비정규직법을 뿌리채 흔들려 한다면 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사회 적 합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기업은 비정규직 고용이 단기적으로는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업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처우 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기업의 생산성과 신뢰 또한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 또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방향의 비정규직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는 필연적으로 비정규직 남용,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사회양극화 심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유연성보다는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부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비정규직법을 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정부는 기업들의 무분별한 외주용역 전환을 규제하고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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