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언론의 독점을 강화하고 지역언론을 고사시키는 언론법 개정에 반대한다
2월 임시국회가 개회했다. 지난 연말과 연초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국회의 모습이 재연될 것이라는 불안도 감출 수 없다. 이미 여야 각 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반드시 관철시키거나 혹은 저지시키고자 하는 법안을 천명한 상황이다. 우리는 첨예한 쟁점 법안들 중 특히 언론법을 주목한다.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재벌과 지배적 언론권력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과, 신문방송의 산업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선진적인 개정이라는 주장이 칼날 위에서 부딪혔다.
현재 신문시장의 65%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본격적인 방송진출시도이며, 이와 맞물려 재벌의 방송시장 진출 의도가 반영된 것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더더욱 중요한 문제는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는 양측의 입장 어디에도 ‘지역과 지역언론의 활성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신문시장 내에서 조중동의 지배적 점유만큼 심각한 것이 중앙을 중심으로 집중되어있는 언론의 프레임과 의제들이다. 당장 우리는 최근 발생했던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수도권규제완화정책과 이에 대한 전국적 반대흐름을 외면한 중앙언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국신문, 전국방송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들은 실제로 수도권신문, 수도권방송에 다름 아니다.
수도권 일극중심의 경제체제로 인한 지역경제의 침체는 광고의 부족으로 연결되며 지역 신문방송의 빈사상태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지역신문의 경우, 내년도 예산 중 지역신문 지원예산을 133억원이나 삭감한 데 이어, 한나라당이 지역 신문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4대 신문지원 기구를 통폐합하고 기능을 축소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함으로써 열악한 경제상황 속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지역 신문을 아예 고사시킬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의 수도권규제완화정책과 마찬가지로 언론정책에 있어서도 지역 언론을 야멸차게 내치면서 중앙의 거대 언론에 대해서는 특혜성 정책을 추진하는 노골적인 수도권 중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는 언론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요구한다.
첫째, 우리는 중앙언론의 독점을 강화하고 지역언론을 고사시키는 언론법 개정에 반대한다.
시장지향적 무한경쟁은 전사회적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며,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있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지배적 중앙신문과 중앙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재벌의 방송진출은 결국 지역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좁히고 지역언론의 초토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므로 허용되어선 안 된다.
또 다양한 여론의 형성,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지역 신문에 대한 지원 정책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하며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미 권력화한 중앙언론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순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즉각 방송법 신문법 등 언론법 개정 시도를 중단하라.
둘째, 우리는 중앙언론이 한국사회의 핵심적 과제가 수도권일극집중의 극복임을 인식하고 분권과 자치운동의 대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언론은 국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구축한다. 그러므로 대의제 만큼이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공공적 기능은 중요하다. 현재 다수의 국민이 언론법 개정을 반대하면서도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의 언론이 각 국민이 기반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 곧 삶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법 개정 반대가 합당한 방향이지만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방송과 신문은 그들이 기반한 근거가 지역을 기초로 모여진 전국임을 자각하고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문제가 중앙집중적, 중앙독점적 구조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분권과 자치 운동의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생존의 길임을 분명히 인식해야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중앙정치권과 지역정치권이 지역언론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앞장 설 것을 요구한다.
정치는 가치를 중심으로 세력을 모으는 과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타협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다. 그 가치는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권자들의 삶의 문제를 개선하고 삶의 터전을 보존하는 데에서 시작해야한다. 그러나 지금 중앙정치와 지역정치 어디에도 지역유권자들의 삶은 없다.
언론법 개정의 과정에서 중앙언론의 이해관계만을 중심으로 파국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중앙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언론법 개정으로 인해 지역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을 외면하는 지역정치권 또한 각성해야 한다. 정치권은 현재 언론법정국의 핵심문제가 언론권력의 독점이며, 그 속에 지역언론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직시하고 지역언론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지역의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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