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주 전국민이 휴가를 떠나던 날, 1년이 넘는 삼락 둔치 농민회들의 기나긴 호소에 드디어 부산시가 응답을 해왔다.
부산시는 농민들이 기다리는 대답이 아니라 농지 일부를 8월 안으로 내어 놓던가 아니면 강제로 쫓겨나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청천병력같은 얘기였다.
낙동강사업본부 관계자들은 삼락둔치현장에 있는 사무소에서 3차례 걸친 협의를 하면서 그들은 일방적 통보를 했다.
농민들을 생각했다며 내놓은 안이 농지 일부를 8월 안에 내 놓는 조건으로 올해 12월까지는 농사를 짓게 해주겠다는 것이였다.
농지 일부를 준설토 쌓겠다고 먼저 달라고 하면서 나머지 땅을 12월까지 농사를 짓게 해 주겠다고는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가을농사를 짓지 마라는 것이며 농정을 모르는 말이고, 농민들을 지금 당장 나가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또 겨우 12월까지 보장해 주겠다는 것은 팔다리 떼어주면서 곧 몸통도 가져 가겠다는 것으로 어느 누가 순순히 이 안을 받아드리겠는가 말이다.
농민들은 회의를 통해 부산시가 제시한 안을 도저히 수용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들리는 얘기로는 시의 행정대집행이 오는 15일 전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허남식시장이 약속한 당대 농사를 지키라는 것 뿐이다. 그 약속만 믿고 2년 넘게 돈과 노력을 들여가며 땅을 일구었고, 이제사 좀 살만하니 약속은 모르겠고, 나가라고 할 뿐이니 미칠 노릇이 아닌가. 시를 보고 얘기하는게 벽보고 얘기하는 것 보다 낫겠다는 어느 농민의 얘기처럼 시는 농민과의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려 하기 보다 이번 기회에 쓸어버리려고 하니 더 이상의 협상의 여지는 없어보인다.
이제 우리 농민들의 살길은 싸우는 길 뿐이다. 오늘 오전 우리는 삼락농지로 들어오는 진입로 한 개를 제외하고는 길을 모두 끊어버렸다. 도랑을 깊이 파고 흙을 쌓아 올려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트를 쳤다.
우리의 땅을 지키는 일이라면 이것보다 더 한 일도 할 것이다. 약속을 져버린 허남식시장에게 성난 농심을 보여주고,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전달했다.
지난 9일자 국제신문 언론보도에 따르면 시는 삼락강변공원에 캠핑장, 미니숲등의 낙동강 살리기 계획을 추가로 발표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 것처럼 밝혔는데 이는 애초부터 잡혀있던 계획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둔치에 미니숲을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둔치홍수예방기능을 방해하는 것으로 둔치본래의 목적을 버리고 눈에 보기좋은 것만 하려는 전시행정식의 개발논자의 논리이다.
둔치를 이용하는 시민들이나 환경운동가들 모두는 아무리 좋은 이용시설이라하더라도 농민들을 내쫓고 농지를 없애가면서까지 이용시설을 늘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