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인천삼산서 부흥지구대 경장 박성숙
며칠 전 새벽에 끔찍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사람을 차량이 쳐서 다리골절 및 뇌출혈 의식불명된 일이었습니다. 길 건너려다가 이렇게 참담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 사고는 차량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이었고, 곧이어 도주하다 2차 사고를 내고 검거되었지만, 생사를 오가는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로서는 너무도 어이없고, 누구보다 억울하고, 돌이킬 수 없는 악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제가 지금 간단하게나마 말씀드리고자하는 것은 음주차량이 아닌, 보행자의 길 건너는 방법에 대해서 입니다.
보행자 사고 중 무단횡단의 위험성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겠습니다만, 도로상에까지 나와 건널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감각한 태도로 일관하지는 않나 싶습니다. 이미 언급했던 사고피해자가 안타깝게도 인도 연석 아래 도로로 나와 건널 준비를 하고 있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굳이 이렇게 극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차량에 발등을 밟혔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어보신 적은 혹시 없으신지요?
우리는 이제껏 달리는 차량에 대해 너무 관대했습니다. 우리 앞을 달리는 차량들을 움직이는 건, 자동차가 하는 것이 아니라, 탈도 많고 일도 많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내 앞을 쌩쌩 지나가는 차량들이 올곧게만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차량운전자의 순간 실수는 차량을 살인적 무기로, 보행자는 무기력한 존재로 떨어뜨리며, 그 불행은 고스란히 보행자에게 안겨집니다.
이렇게 위험하고도 황당한 일들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인 인도 위로 한 걸음 물러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절대로 도로 아스팔트에 나가 서 있지 마세요! 내 생명을 길가에 내던져놓는 것과 같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전철 타기 전, ‘노란색 선 뒤로 물러나 주세요’라는 안내 맨트를 기억하시지요? 역내로 진입하는 전철이야말로 선로에서 벗어날 일이 지극히 없음에도 우리는 그 안내 맨트에 따라 노란색선 뒤쪽으로 물러나 전철을 기다립니다. 길 건너는 것도 똑같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도로와 인도를 구분짓는 연석을 경계로 인도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한 인도 위에서 보행자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건너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지금도 위험하게 그지없도록 인도에서 슬쩍 비겨 나와 도로 아스팔트를 출발선처럼 딛고 얼른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느림의 미학을, 적어도 횡단보도 앞에서의 우리들에게는 ‘영원히’ 적용되어야 할 ‘안전의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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