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집에 있었다" 진술 믿고 행적파악 소홀
안양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정모(39)씨는 지난 몇 년 동안 각각 다른 부녀자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검거 직전까지 3차례나 조사를 받은 관리대상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의구심이 갈 정도로 안양, 군포 일대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 사건과 묘한 인연을 맺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에서 기본 메뉴얼인 렌터카 사용 등 명확한 알리바이를 사전에 밝히지 못하는 등 수사의 허점을 내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17일 정씨는 지난 2004년 군포에서 발생한 정모 주부 실종사건과 관련, 경찰 조사를 받은바 있다. 당시에도 정씨는 대리운전기사 일을 하면서 정 여인과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한 인물로 용의 선상에 올랐다.
정씨는 경찰 진술에서 "대리운전기사로서 전화를 받은 것 뿐"이라고 말해 풀려났으며, 이 사건은 아직까지 미궁에 빠져 있다.
이후 경찰은 2006년 12월과 지난해 1월 잇따라 발생한 3명의 부녀자 실종 사건, 수원 여대생 실종 사건의 수사를 벌이던 지난해 말쯤에도 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정씨는 실종 당일 알리바이가 성립돼 풀려났지만 수사본부는 정씨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특히, 정씨는 지난 1월 10일 이번 사건과 관련, 조사를 받고도 "렌터카를 빌린 적이 없다. 크리스마스 날은 집에 있었다"는 말로 수사망을 빠져 나갔다.
결국 경찰은 인근 K렌터카 업체에서 정씨가 사건 발생일인 지난해 12월 25일 흰색 EF소나타를 빌린 것을 지난 14일 뒤늦게 확인했다.
사건발생 80일, 이혜진(11)양의 시신이 발견된지 하루 만에 밝혀낸 사실로 초동수사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경찰이 그의 행적조사에 보다 더 신경 썼다면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경찰은 또, 정씨가 빌린 렌터카 트렁크에서 혈흔을 발견하고도 DNA결과가 나오기 전 정씨의 집안을 조사하는 등 이틀 동안이나 도주 가능성을 열어두는 어설픈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용의자와 수사대상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명백한 증거와 정황이 밝혀졌지만 예전 사건은 단지 수사 대상자 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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