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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투비행장 일부 화성 접경, 화성시민 또한 수십 년 넘게 피해 겪어와
환경부 습지보호구역 적극 추진 중인 화옹지구에 대한 예비 후보지 선정은 모순
(한국디지털뉴스) 박주영 기자 = 화성시가 화성호 일대 화성습지의 생태환경과 그 중요성을 알기 쉽게 담아낸 책자 새 친구들을 만나러 화성호로 떠나요 를 발간했다.
시 군 공항 이전 대응 담당관에서 발행한 이 책은, 화성습지만의 독특한 자연화경과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어린이들도 알기 쉽도록 제작한 팝업북이다.
새 팝업북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화성호에서 만날 수 있는 멸종위기새’, ‘새들의 낙원, 화성호’라는 주제의 입체그림이 튀어나오도록 하면서, 매향리 갯벌과 화옹지구 간척지, 화성호 일대를 아우르는 화성습지의 생태가치를 소개한다.
해당 팝업북을 시의 군 공항 이전 대응 담당관에서 발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책자의 뒤표지에는 “행복도시 시에 전투비행장은 없습니다”라는 글귀가 뚜렷이 적혀 있다.
지난 2013년 3월 주요 도시 도심의 군(軍) 비행장과 관련해 주민 필요 시 타 지역 이전이 가능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라 해당 비행장이 있는 지자체의 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비행장 이전을 건의할 수 있게 되었고, 장관의 판단에 의해 주민투표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군 비행장 이전 후보지를 선정했다.
현재 전국의 군 비행장은 대구·광주·수원 등 16곳이 있다. 처음엔 도시 외곽 지역이었던 것이 도시 팽창으로 인해 점차 도회지로 변모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전투기 이·착륙 소음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다.
군 공항 이전은 이른바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에 의해 진행된다. 군 공항 소재지의 지자체가 새로운 군 공항을 건설해 군에 기부하면, 군은 기존 공항 부지 및 시설물 일체를 지자체에 양여하는 것이다.
군 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르면 공항 이전은 이전 건의,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이전 후보지 선정, 지원계획 수립, 이전부지 선정의 5단계 절차를 거친다.
새로 군 공항이 들어설 지역은 적의 레이더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반경 수 ㎞ 내 높은 산이 없는 곳이어야 하며, 전투기의 원활한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격납고·무기창고·지원시설 등 1곳 당 200만 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수원시의 군 공항 이전은 지난 2014년 시가 국방부에 해당 행정을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국방부는 수원시 이전 건의의 타당성을 인정했고, 뒤이어 2017년 10월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했다.
경기 남부권 10개 지자체 설명회에서는 화성시만이 불참했다. 현재 수원 군 공항 이전 절차는 3년째 2단계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 단계에서만 쳇바퀴를 돌고 있다.
예비 이전 후보지인 화옹지구의 소음 영향도 분석과 종전/이전 주변지역 발전방안 구상 등의 검토와 관련한 이전 후보지 선정 심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화성시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공항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조차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전 절차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대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현재 대구는 이전 5단계인 ‘이전 부지 선정’에까지 이르렀다.
시는 여전히 군 공항 이전 반대 입장이지만, 경기 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수원 군 공항 이전 등 민간공항 유치에 대한 경기 남부 국제공항의 찬성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화성 시민들이 주축이 된 ‘경기 남부권 국제공항 유치 도민연합회’도 결성했다. 그러나 지난 달까지만 하더라도 화성시-무안군 시민단체의 군 공항 이전 공동반대 성명이 발표됐다.
가장 큰 반대는 군 공항의 화성 이전 강행 시 세계적인 생태보고인 화성습지의 환경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한 어민들의 생존권까지도 달려 있다. 화성시는 민간공항 건설에 아무 권한이 없는 수원시가 급조된 시민단체를 앞세워 여론몰이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지난 2017년 국방부의 화성시 화옹지구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은 화성시민의 동의가 없는 일방적 행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수원 전투비행장의 일부 구역이 화성시와 접해 있었기 때문에, 화성시민 또한 수십 년 넘게 전투기 소음과 고도제한 등 정신적·물적 피해를 겪어 왔다.
시의 화성호는 지난 2002년 궁평리와 매향리 마을을 잇는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호수다. 화성호와 화옹지구 일대는 갯벌과 습지, 민물 호수를 두루 갖춘 최상의 생태학습장이다.
특히나 화성습지는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포함해 90종의 조류, 식물 31종, 저서생물 29종, 야생동물 7종 등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때문에 이 일대는 지난 2018년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등재됐다. 현재 시는 람사르 습지 지정을 목표로 한 환경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적극 추진 중에 있어, 화옹지구의 군 공항 이전은 그야말로 모순행정이 아니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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