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바다는 하늘만큼이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곳
윤 석 훈(동해해양경찰서 5001함장 경정)
태안 앞바다에 난리가 났다.
원유선 HEBEY SPIRIT호와 크레인 바지선이 충돌하여 건국이래 사상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5년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건보다 훨씬 큰 피해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기름띠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서해안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 국민 수십만명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당장의 사고 대응과 처리 등 피해최소화를 위한 조치에도 만전을 기울임과 동시에 관할 수사기관에서는 사고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시시비비 역시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책임여부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잃게된 피해국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3일이면 해양경찰 창설 54주년 기념일이다.
해양경찰은 1953년 부산에서 139명의 인원과 6척의 경비정으로 내무부 치안국에서 출발한 뒤 상공부, 행자부, 해수부를 거쳐 2005년 해수부 산하 차관급 독립 외청으로까지 성장했다. 반세기만에 질적,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 이 모든 것은 해양경찰인 스스로의 노력과, 해양경찰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해양경찰에 헌신하고 그중 대부분을 해상치안의 최일선에서 보낸 필자와 같은 경찰관이 해양경찰에는 많이 있다. 그들은 해상치안과 경비에 있어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보적인 바다전문가들이다. 해상치안은 정말 고도의 전문성과 투철한 사명감을 요한다. 육상의 경찰과 해상의 경찰은 경찰작용을 수행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 무대가 바다와 땅이라는 점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또한 해군과 해양경찰은 바다를 무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안보와 치안을 담당하는 만큼 본연의 사명도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크게 3가지 이유로 인해 해양경찰이 존재한다.
첫째는 대한민국 영해 즉 육지의 영토, 하늘의 영공의 개념과 똑같은 영해내에서의 치안유지를 위해서이다. 물론 인접국이나 적성국과의 군사적 마찰시에는 해군이 우선, 외국적 선박 또는 국적 선박끼리의 치안수요 발생시 해양경찰이 우선 개입한다. 여기에는 해상테러, 밀입국 및 밀수, 불법 어로 행위 단속 등 다양한 경찰 활동이 포함된다.
둘째는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 경제수역)내에서의 독자적인 자원탐사권, 어업권을 향유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독도이다. 현재 대한민국과 일본은 한.일 어업협상 결과 양측이 주장하는 EEZ가 상이하다. 그 결과 한국령 독도는 우리가 주장하는 EEZ내에 있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EEZ내에 속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독도 영유권에 따른 외교적 마찰이 비롯되는 것이다.
결국 독도는 양국간 지정한 중간수역내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독도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거주하고, 우리 경찰 독도경비대가 상주하고 있으며 그 외곽 12마일을 영해로 선포하고 그 영해선을 우리 해양경찰이 1년 365일 무중단 해상경비를 하고 있다. 즉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재론의 여지가 없는 대한민국 영토이다. 그 독도를 경비하는 세력의 주체가 필자가 지휘하는 5001함 삼봉호 등 우리 해양경찰이다. 이 역시 해양경찰의 주된 존재이유가 아닐 수 없다.
셋째는 대규모 해양오염 사태 발생시 신속하고 철저한 사전, 사후 대처를 통한 국가적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이다.
최근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태에서 보듯이, 해양 오염은 말 그대로 국가적 재앙이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인접 국가에까지 막대한 생태학적,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재앙이다. 정부에서는 국가재난지역 선포 등 총력대응을 하고 있다.
물론 완벽한 대응은 어렵게 되어있다. 해양에서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함정과 선박이라는 1차적 장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간과 활동에서의 제약을 받는다. 부차적으로 파도와 조류, 조석 간만의 영향도 받기에 불가항력적인 요소도 있다. 하지만 피해 국민들의 실의를 덜고 영속적인 환경보호를 위해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급적 빠른시일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경찰 작용의 범위가 있으나 이상과 같이 해양경찰이 아니면 해결하지 못할 세가지 이유 때문에 해양경찰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국가 규모에 비례하는 수준의 해양경찰력이 필요하다.
태안 해양오염 사태가 조속히 수습되고 삶의 터전을 상실한 국민들에게 가슴 깊이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해양경찰은 물론 해당 지자체와 온 국민 등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고통을 함께 나누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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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해양경찰의 존재 이유 3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