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보성소방서 보성119안전센터 소방장 김도진
춥기도 무던히 추웠던 기나긴 겨울이 가고, 어느덧 산과 들은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설레임과 따스함을 주는 이 계절에도 어김없이 화마는 찾아 온다. 이와 함께 해마다 되풀이 되는 화재소식이 또 들려올까 불안해진다.
최근 재래시장 대형화재는 지난 2005년 12월 29일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로 피해는 975개 점포가 거의 소실되었고 피해액수도 수백억 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큰불로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재래시장의 위험한 일상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 되어 발생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점포와 점포 사이가 가깝고 협소한 소방통로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급격히 연소 확대가 우려 될 뿐만 아니라 재산과 인명에 큰 피해가 발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방당국에서도 지대한 관심으로 재래시장 화재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래도 발생하는 화재는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에 초기진압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계자들의 화재예방 의식과 더불어 소화기 등 자체 소방시설을 사용한 초기진압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방차가 빨리 화재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소방통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초기진압의 열쇠이다.
재래시장 주변은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시장 내에는 사람조차 통행하기 불편하도록 소방도로까지 침범해 상품을 진열한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시장의 특성상 더 많은 물건을 보여주고 판매하고자 하는 것은 상인의 당연한 욕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 함께 잃을 것 인가? 다 함께 안전한 이윤을 얻을 것 인가? 굳이 선택을 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다 함께 안전한 이윤을 추구하는 재래시장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협조사항을 당부 드린다.
첫째, 소방통로에 진열한 상품을 조금 더 점포 쪽으로 하고, 노점 좌판은 바퀴를 달아 유사시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하자.
둘째, 소화전 등 소방시설 주변에 상품을 적치하거나 주․정차 하지 않도록 하자.
셋째, 차광막 등 소방차 출동을 지연시키는 장애물을 설치하지 않는다.
넷째, 소방통로에 불법 주차를 하지 않고 소방차 출동시 신속히 비켜주도록 한다.
화재시 초기에 불을 끄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방차 통행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소방통로 확보가 필요하다. 점포에서는 물품을 소방통로까지 점유하여 진열해서는 안 되며 노점상도 마찬가지다. 좌판을 이용하여 물건을 파는 경우에는 유사시에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시장입구를 막아버리는 주차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점포마다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은 초기소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겨울은 구제역 파동과 예전에 보기 드문 매서운 한파로 농수산물의 가격을 부추기고 있어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운 서민층에게 시름을 안겨주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철저한 화재대비로 영세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는 일이 없이 국민 모두가 희망찬 새 봄을 맞기를 간절히 바라며, 재래시장의 안타까운 화재소식이 더 이상 뉴스에서 보이지 않고 활력이 넘치는 서민들의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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