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긴박했던 독도해역 현장에서 ‘해누리1호’작전을 수행하며 독도경비함(5001함)에서 진두지휘하던 최원이 해양경찰청 경비구난국장(59)이 오는 17일 퇴직한다.
직원들 사이에 최국장은 ‘해경의 산증인’이라 불린다. 1971년 8월 순경으로 입문, 제주해경서장, 울산해경서장, 인천해경서장을 거쳐 경비구난국장(치안감)에 이르기까지 32년 동안 씨프린스호사건과 신풍호 사건, 이번 독도EEZ사태까지 해경의 굵직굵직한 사건·사고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 또한 독도EEZ사태’때 보여준 독도경비함 5001함에서의 한치 흔들림 없는 현장지휘를 통해 최순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국장에게 퇴임의 감회를 물었다. 그는 “독도EEZ사태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게 가장 영광스럽다. 그때는 정말 13척으로 300척이 넘는 왜선에 대항했던 이순신 장군 생각이 나더라. 이순신 장군도 이런 심정이 아니었겠냐. 만약 일본해상보안청의 측량선이 독도해역으로 들어왔다면 일전을 불사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긴장을 더하던 당시 독도경비 지휘함인 5001함에서는 최국장의 특별교육’이 있었다. 독도EEZ사태 발생 배경부터 일본측의 노림수, 우리의 대응책과 작전을 총망라한 내용. 주요한 메시지는 최후에는 측량선과 정면충돌해 동해바다에 같이 죽는다는 각오로 임하라’라는 것. 실제 6박7일 독도해역 출동, 경비중이던 직원과 해경 전경들은 최국장이 5001함에 승선해 동고동락하며 작전을 지휘할 때 사기가 충천했다고 전한다.
최국장은 독도EEZ사태는 아직 진행형이다. 외교적 협상으로 잘 마무리됐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해저탐사계획도 6월말까지 아니었냐. 언제 또 도발해올지 모른다. 독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뿐 아니라 앞으로 분쟁의 대상이 중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국제경찰로서의 역할도 점점 커질 것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고 할까. 지금까지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후배들에게 이 점을 다짐해두고 싶다”며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부산에 자란 바다사나이 최원이 국장은 바다를 누비다 이제 바다를 떠난다. 10년전 60톤 함정으로 상하이까지 가서 중국피랍 우리어선을 인수해오던 그때 그시절, 2005년 2월 4시간만에 38선 이북 막혀있던 해역을 뚫고 달려가 발해뗏목탐사선을 구조했던 벅찬 감격, 나포된 중국어선으로 가득찬 지금 제주항의 모습까지 32년의 감회를 접고 그는 오랜만에 24시간 비상체제로부터 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