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뉴스 이정근 기자 = 태양을 중심으로 쉬지않고 윤회하는 지구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인간의 수명도 부귀영화도 쇠망(衰亡)의 운에 들어서면 재운도 수명도 끝장이 난다. 무(無 )요, 공(空)일 뿐이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두고 복진타락(福盡墮落)이라 한다. 복이 다하면 고통속에 타락한다는 뜻이다.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불경의 예화로는 지구가 아닌 천상(天上) 별의 국토의 천당에 행복하게 사는 천인(天人)이 어느 날, 자신의 복이 다하고 윤회의 세계인 지구에 타락하여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을 깨닫고 부처님에 구원의 길을 애소한다. 그 때 부처님은 자신이 지은 복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복을 지으라고 답변을 준다.
예화를 든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되었다가 어느 날 그 복이 다하면 졸지에 체포되어 재판정에 서고, 사형언도를 받고 대통령으로 재직활 때 모운 재물은 역시 졸지에 특별법에 의해 추징금으로 재산몰수를 받는 고통에 처하고 분인과 가족의 명예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락의 길에서 고통속에 신음하다가 죽기도 한다. 또 대통령의 총신(寵臣)이 되어 호가호위(狐假虎威)적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역시 졸지에 감옥에 가고 부정축재한 재물은 추징금으로 몰수당하는 고통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제행무상의 사례는 부지기수(不知其數)이므로 일일이 예화를 여기서 들 수는 없다.
나는 오늘은 이상한 제행무상의 사례를 들어 인생살이에 교훈을 삼았으면 한다.
나는 수일 전, 놀라운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 예전에 내가 주지로 재직했던 산사의 여성 신도회장이 파산하여 충청도 쪽의 본사에 의탁하여 사찰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머리가 백발이 된 그날의 신도회장이 사찰에서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위해 일한다는 말을 전해듣고 귀를 의심했고, 나는 제행무상의 법문을 또 듣는 것같아 마음이 아팠다.
1980년대 초반에 나는 전남의 조계종의 본사의 하나인 대흥사(大興寺) 교구에 국보 32점이 있는 말사인 M사의 주지로 8년 재직한 바 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전생에 인연이 있어 주지를 했을 것이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때 국보가 많은 산사에는 군읍(郡邑)에서 제일부자라는 칭호를 듣는 부자의 부인이 신도회장으로 사찰을 돕고 있었다. 그 부인을 조금 묘사하면 165cmrk 넘는 키에 둥글고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은은히 띤 복스러운 얼굴이다.
수십만 평의 산과 임야, 광대한 염전, 광대한 전답, 5개가 넘는 주유소, 월세를 받는 건물들, 신장개업한 모텔 등을 소유한 부자였으나, 그녀에게도 마음고생은 있었다.첫째, 남편에 대한 마음고생이 있었다. 남편은 할마버지,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으로 놀고 먹는 것도 좋지만, 집안 안방에 까지 티켓 다방의 아가씨를 불러들여 상습적으로 놀아대는 등 여성편력이 있었다. 둘째, 삼남매를 낳았는데, 막내인 여중학생 2학년생이 학교를 거부하여 가출을 일삼아 고통을 받고 있었다. 신도회장인 박(朴)보살은 나에게 이러한 청을 해왔다.
스님이 시간을 내주시어 여성편력에 돈을 물쓰듯 하는 남편과 학교를 가려하지 않는 제 딸을 깨우쳐 주셨으면 합니다. 제 말은 듣지를 않아요.”
나는 신도회장인 박보살의 체면을 봐서 집을 방문하여 남편을 만나 보았다. 대낮에 낮술에 얼큰해있는 그의 눈과 말을 들었을 때, 부처님의 법문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다른 장소에서 여중학생을 독대하여 대화를 했다.여중핫생은 엉뚱한 말을 나에게 했다. “우리 집 부자예요. 골치 아프게 학교를 왜 가야 하나요? 자꾸 학교를 가라하면 저 죽어버리겠어요.” 나는 정색을 하고, 돈은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한단다. 너는 훗날 크게 후회할 일을 하고 있는거야. 여고라도 졸업해야 하는데…“ 학교가 죽기보다 싫다는 여중생은 불량학생들과 아울려 놀다가 파출소를 거쳐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게 다반사(茶飯事)였다. 결국 문제의 여중학생은 졸업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내쫓겼다는 후일담(後日譚)이 있다.
나는 인연이 다하여 주지직을 내놓고 전남지역을 떠나올 때, 신도회장인 박보살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보살의 재산은 이제 박보살님이 정신을 차려야 지킬 수 있다.” 그 후 나는 산설고 물설은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강원도 횡성의 오지(奧地)에 숫캐 바우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을 잔뜩 싸들고 떠나왔다. 나는 그때 바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마음껏 책을 읽는거야. 너는 책을 읽는 내옆에 앉아 있고…” 개는 듣는둥 마는 둥 하더니 먼 마을의 암캐를 만나러 떠나버리는 배신을 때렸다.
갑천면 저수지 뚝의 외딴집에서 내가 목탁을 놓고, 책을 읽을 때, 마을 사람 몇은 나를 간첩이라고 횡성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또, 나의 수행부관같은 바우 숫캐가 연적(戀敵)상대인 마을의 발발이 숫캐를 물어죽였다고 해서 내게 큰 돈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제 나에게는 아득한 전생사(前生事)이다. 바우는 15년을 살고도 춘심(春心)을 못이겨 나에게 배신을 때리더니 노망난 인간처럼 실성기가 와서 나를 몰라보기도 하더니 홀연 저승으로 떠나갔다.
훗날 내가 재직하던 산사의 다른 신도로부터 후일담을 들어보니 신도회장 박보살의 남편은 돈을 물쓰듯 하여 다방가를 섭렵하더니 졸지에 세연(世緣)이 다해 수저를 영원히 놓아 버렸다. 아비가 죽자 기회를 보던 전문가적인 사기꾼들이 남은 두 아들에게 접근했다. 사기꾼들은 속성으로 재벌되는 법의 강의와 대졸부되는 사업계획서를 들고 나타나 요정에서 대접하면서 설득하고, 두 아들은 재벌이 되겠다는 원대한 대말을 가지고 전재산을 투자해버렸다. 결론은? 두 아들은 졸지에 알거지는 물론 부채를 남기고 홀연 사라져버렸다. 형제는 서로 탓하고 원망하며 어디론가 도주해버렸고, 골치 아픈 여중학생은 놀고 먹는 건달을 만나 아이를 낳았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남의 집 식당에서 눈물을 감추며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한 것을 원통히 여긴다고 했다.
신도회장 박보살은 아들 딸에게 늘상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나의 귀여운 아들 딸아, 너희가 좋다면 나도 좋아….” 그녀는 아들 딸에게 휘초리를 들어 인생교훈을 각성시켜 주어야 하는 데, “귀여운것, 너희가 좋으면 나도 좋아.”라는 모정 탓에 졸지에 집도 절도 없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박보살은 백발이 되어 산사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가여운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아름답다는 박보살이 있는 산사를 나는 찾아갈 것을 작정했다. 나의 후배가 되는 주지스님에게 백발의 박보살에게 예로써 배려해줄 것을 당부 드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글의 주제는 태양을 중심으로 무한정이듯 윤회하는 우리의 세계인 지구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살자는 주장이다. 재물은 운이 오면 거짓말처럼 몰려오고 벌이는 사업마다 성공하지만, 운이 다하면 재물은 너무도 허망하게 사라져버린다. 재물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머물러 주지만 재물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인간은 전능한 신(神)과 전능한 부처를 이용하여 현세의 부귀영화를 기대하고 애타게 기원드리지만, 나의 진실한 단어는 반야(般若=지혜)를 깨닫고, 나보다 스승한 지혜인에게 지혜를 구하는 인생을 살아야 현명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선남자(善男子), 선녀인(善女人)이여 하루에 세 번 “나는 복진타락(福盡墮落)하는 인생을 살지 않겠다.”다짐하는 인생을 사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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