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92년 설립한 지방자치연구원(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전신), 특히 93년 합류한 김병준 연구소장이 집권을 위해 지방자치 라는 상품을 포장했고, 집권 후에는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행정·인사·지방분권·재정 및 세제·전자정부 등 5개 분야 30여 개 사업의 개혁 로드맵을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자치는 추진할 동력도 방향도 없이 표류하고, 최근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는, 지방자치의 시계를 오히려 거꾸로 돌리고 있다.
지자체 옭 죄는 중복감사 지양해야
감사원(원장 전윤철)은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장 임기 동안 광역단체는 2회 이상, 기초단체는 1회 이상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고, 임기 3년차에는 全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비교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고, 행자부는 정부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자치단체 혹은 단체장의 업무를 감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전북의 모 기초단체는 민선 3기 4년 동안 무려 44회(감사원 감사가 26회 포함)의 상부기관 감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과 능동적인 자치행정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지방자치법 제158조는 정부나 광역 자치단체의 하위 자치단체 감사권한에 대해 “이 경우 감사는 법령 위반 사항에 한해 실시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국가위임사무가 아닌 자치사무, 그것도 법령위반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업무 전반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법에도 어긋나고 지방자치를 근원부터 부정하는 것이다.
지방부처단위의 감사에서는 현실적으로 법령위반사항 적발 위주의 감사가 될 수 밖에 없다.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 감사에 있어서는 정부합동감사와 마찬가지로 소관 법령의 적법한 집행여부와 국가 주요 시책의 집행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행자부가 위법사항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 나가서 업무 전반에 대하여, 모든 서류들을 한 번 들춰보겠다는 것은 지자체 감사 실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밖에 보이지 않다.
행자부의 논리대로 라면, 지자체에 들이대는 똑같은 감사 잣대를 중앙부처에도 모두 적용시킨다면, 국회 사전 감사반을 구성해서 문서대장 펼치고, 담당직원 불러다 놓고서 확인서를 일일이 쓰게 하고, 현장에서 ‘질의응답서’를 하나씩 받고, 국정감사를 위한 사전조사 작업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행자부가 통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
중복감사의 잣대를 행자부에도 똑같이 적용하게 되면, 국회 임시회의 때마다 상시 국감을 정례화시킨다는 것과 유사한 데, 그렇게 자주 감사를 하면 정부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거꾸로 가는 지방분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