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불교계가 위기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석복 (예비역 소장, 대불총사무총장
나는 불교도이지만 직업 군인 이였기에 종교생활과 관련하여 비교적 경험이 없는 편이다.
사관생도 시절에는 교회와 성당만이 있었을 뿐 법당은 없었다. 불심이 깊은 유상종 대위 (당시 훈육관/ 육군 준장 예편, 현 대불총 대구 지회장)가 몇몇 불자 생도들을 교실에 불러 모아 조그만 탱화를 걸고 찬불가를 가르치고 가끔 휴일을 이용하여 서울 근교 사찰을 방문하는 것이 고작 이였다.
장교로 임관 한 후에도 전혀 불교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1968년 월남전을 계기로 군승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위관급 장교였던 당시 소문만 들었을 뿐 이였다.
세월이 흘러 중령으로 진급되어 대대장 이였던 때부터 사단 사령부의 법당에 큰 불사가 있을 때만 가뭄에 콩 나듯 부처님을 접 할수 있었다. 전방 대대장이 사단 법당을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이 못 되었고 기독교 신자였던 상관이나 동료들의 환영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오히려 교회에 가는 편이 많았다는 것이 사실 이였을 것이다.
당시 우리 포병 연대에는 연대장을 비롯하여 인접 대대장들이 모두 기독교 신자였는데 연대 군목이 나만 기독교 신자로 만들면 우리 연대는 100% 기독교 신자화 목표를 달성한다고 자주 나를 방문하여 기독교 믿기를 권유했다.
말을 잘 듣지 않으니까 권유가 아니라 협박조로 강요하기 이르러 나는 “앞으로 연대 군목은 내 사무실에 절대 출입을 금지 한다”고 선포를 해야 할 정도였다. 마침 우리 대대가 직접 지원하는 보병 연대의 연대장이 (기독교 장로 ,국방장관 역임)이였는데 자주 훈련을 같이 하면서 나를 무척 신임 했다. 그런데 그분의 부인이 가끔 나에게 “우리 포병대대장님은 다른 건 다 좋은데 교회에 안 나오시는 것이 섭섭하단 말 이예요” 하면서 우회적인 압력을 받은 적도 있다.
연대장으로 승진된 후부터 비로소 법당에 자주 다닐 수 있었다. 사단장 이였을 때는 매일 아침 법당에서 아침예불과 함께 108배를 하면서 국가와 군 그리고 우리사단 장병을 위하여 기원을 마음껏 드릴 수 있다. 108배를 하는 도중에 문득문득 부대 현안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건강측면에서도 너무 좋아 재임 2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사단장을 마치고 참모총장(당시 기독교 장로)에게 신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장군은 사단을 불교 사단으로 만들었다면서“ 라고 하면서 상당히 실망했다는 표정 이였다. 물론 합참의 요직으로 예정되었던 보직이 갑자기 전방 모군단의 부군단장으로 전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 들여 졌다.
그 후 국방부와 한미연합사에 근무하면서 불교 신도 회장을 맞게 되었는데 2번의 난리를 겪었다. 한번은 1993년 모 사단의 전차 대대에서 부처님을 땅에 파묻은 훼불 사건 이였다.
당시 국방장관은 기독교 장로인 권영해 장관 이였는데 종교 편향 문제로 비화되자 예비역 법사들과 스님들을 비롯한 불교계 항의단 100여명을 국방부 회의실에서 맞이하여 격앙된 항의를 전달받고 충분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였다. 이 사건은 군승을 증가 시키는 계기가 되었었다.
두 번째는 1995년 김영삼 대통령 당시 국군 중앙교회를 방문하여 예배에 동참 하면서 발생한 사건 이였다. 대통령이 법당과 성당이 함께 위치하는 교회에 오게 되면서 취한 경호조치에 불자 사병들이 법회에 참석 할 수 없었고 일부 민간불자들도 불편을 격은 데다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예배 후 같은 지역에 있는 신부와 법사를 만나는 배려도 없었다는 것이 화근 이였다.
당시 장관 (이양호 장관)은 이 사건이 불교계를 격앙시키자 나와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을 방문하여 재발방지 각서에 가까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간신히 큰불은 진화 시켰던 사건 이였다.
이 2번의 군내 종교 편향 사건으로 군내에는 표면적인 종교 편향 문제가 없어졌으나 기독교의 맹신자에 가까운 일부 장교들이 지휘관이 되었을 때 처신이 구설수에 오르는 정도 이상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군 지휘관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부하들의 종교는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편견이 없어야 지휘관으로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계에서 최근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가 대두 되면서 심지어 군에서는 불교를 믿으면 장군 승진도 어렵다는 근거 없는 루머도 유포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육군의 경우만 하더라도 군 현역의 최고 지휘관인 합참
의장이 군 불교 총 신도 회장이며 육군총장도 3성 장군에서 이례적으로 발탁되어 총장의 영광을 차지한 불교 신자이다. 그 외 서울에 있는 핵심 군부대 3성 지휘관들이 우연히도 모두 불교 신자들이다.
적어도 군에는 종교 편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군 후배들의 자유스러운 종교 활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근 이명박 정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종교 편향 문제가 여러 경우 있으나 이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란 것은 확실하다.
아직도 공격적인 선교를 하고 있는 기독교 맹신도 들의 몰지각한 행위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공직자는 군과 같이 종교에 편향성을 보여서는 안 되고 불교계가 요구한 법적 개정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지 우리국가 제1의 종교답게 불교계가 성숙하고 냉철한 대응을 해야 한다. 혹여 전교조나 민노총과 같이 순박한 불교도들을 동원하여 떼를 쓰고 선동을 하거나 하면 아주 중대한 과오를 범할 수 있다. 누구도 자기의 정신계를 지도해주는 성직자가 전교조 교사나 민노총 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따르지 않을 것이다.
경부고속철도공사의 천성산 터널 반대 단식농성을 했던 지율이라는 승려 때문에 부산의 불교 신도수가 줄고 있다는 예와 같이 불교계의 급격한 신도의 감축과 같은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스승들이 길거리에 나서서 투쟁하여 패망한 월남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불교계 지도자들이 국가 제1의 종교 성직자답게 대통령을 만나 정중하게 시정을 요구하면 얼마나 좋은 모습일까!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큰 스님들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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