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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만약 이런 식으로 합의하면 한국은 어떻게 되는가?
김성만(예, 해군중장. 성우회 안보정책 자문위원, 前 해군작전사령관)
주한미군 전면철수와 한미동맹 와해로 인해 한국의 전쟁억제력은 크게 약화된다. 북한의 무력남침(도발)으로 전쟁이 발생하고 한반도 공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역사적 사례를 보면, 자유월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파리 평화협정 체결에 따라 미군이 철수한 자유월남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월맹(北越)의 무력남침으로 1975년 4월30일 공산화되었다. 미국국민은 오랜 기간 월남을 위해 피 흘려 싸웠으나 월남이 미군-월남군 연합작전을 거부하고 반미감정을 표출하자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월남의 공산화과정을 현장에서 몸소 체험한 이대용 예비역장군(82, 전 주월공사)의 강의내용을 일부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1973년의 파리 평화협정에는 겹겹의 안전장치가 있었다. 12개국이 이 조약을 담보했다. 미국은 월남과 방위조약을 맺어 월맹침공 시 공군·해군이 즉각 개입, 북폭(北爆)한다고 약속했다.
월남의 병력을 125만 명으로 증원시켰다. 당시 월맹의 111만 명을 앞지르는 수치였다. 신예장비를 공급받은 월남공군은 세계4위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게 됐다. 일종의 인질도 잡았다. 월맹 외무부 차관급인 하반라우 육군대좌를 포함, 월맹군 150명을 사이공에 머물게 했다. 여기에 미국은 80억불의 재건비용까지 지원했다.
월맹은 파리평화협정을 깨고 1975년 3월10일 월남을 침공했다. 침공 직후 36시간 동안 26만 명의 월남사람이 학살됐다. UN의 경고로 캄보디아와 같은 대량학살을 간신히 면했을 뿐이다. 월남사람이 누리던 모든 자유도 박탈됐다. 화폐개혁으로 구화(舊貨)는 무효화됐고, 금(金)을 가진 사람은 총살당했다. 그러나 미국은 월남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지키지 않았다. 미국은 주둔미군의 전면철수를 위해 공허한 약속을 월남에게 한 것이다. 한번 떠난 미국은 돌아오지 않았다. 미국은 20년 후에 공산화된 베트남과 정식 수교했다.
이런 끔찍한 역사적 교훈을 알면서도 미국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인가?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서 자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나라다. 단지 韓美상호방위조약이 있고, 그동안 한국이 한미동맹 아래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시장경제에 성공한 모범국가가 된 것을 미국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하지만 미국은 의회 결정과 국민 의사를 더 존중하는 나라다. 오랜 만에 정권을 되찾은 민주당은 2012년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 큰 외교적 업적도 필요하다. 미국에게 한국의 생존이 중요한가, 아니면 세계적인 과제인 대량살상무기(WMD) 문제해결이 우선인가에 한국의 미래가 달린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하라”고 외쳐도 미군이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한국의 젊은이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많이 떨어졌다. 휴전선에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아왔던 냉전(冷戰)은 구소련의 붕괴로 20년 전에 끝났다. 한국인의 반미감정 표출은 이미 위험수준을 넘은지 오래다.
이제 북한은 WMD로 무장한 군사강국으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상대가 되었다. 경제위기에 봉착한 미국은 국방비의 감소와 테러와의 전쟁 부담으로 인해 해외주둔군의 감축 압력까지 심하게 받고 있다.
그리고 특히 1998년~2008년 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북한에 많은 현금과 물자(철근·콘크리트·식량·비료·차량 등)를 지원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의 호의를 무시하고 이것을 전용(轉用)하여 WMD전력을 증강시켰다. 심지어 북한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김대중-김정일) 개최 대가로 우리정부가 비밀 송금한 현금(4.5억 불)중 2억 불은 핵무기 만드는 창광은행으로, 1억 불은 인민군(人民軍)으로 갔을 것이라는 탈북자의 증언이 있다. 북한은 2006/2009년에 핵실험하여 군사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고 탄도미사일(단·중·장거리)을 개발하여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래서 한국은 북한의 WMD증강과 미사일 확산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국가로 오해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런 분위기라면 미국이 한국의 사정을 고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미국에는 한국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줄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지금은 연로하고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과거 한국의 안보에 기여한 의회 중진의원들도 대부분 퇴진했다. 친한파(親韓派) 학자도 많이 줄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와 같이 북핵문제가 연합사 해체와 연관되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한가롭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정작 어떤 사태가 오는지 정부와 국민 모두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하니 지난정부에서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유엔사무총장(반기문)이 6자회담보다 美北 양자회담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생존과 직결되는 초미의 안보사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안보쓰나미는 너무 크고 급박하다. 대북현금을 조건 없이 지원하고 연합사해체를 추진한 과거 정부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있을 시간도 없이 다급하다.
만약 우리가 지금 연합사 해체를 중단하지 못한다면 국가생존을 위해 핵무장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국민은 국가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연합사해체가 가져올 안보 위해요소를 면밀히 파악하여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을 슬기롭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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