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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후손들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노니
기사등록 일시 : 2020-03-03 18:03:56   프린터

증조부 독립운동 자료 찾아 36년 고군분투, 옥사기록 담긴 제정호적 제시해도 더 많은 자료요구, 정용선 선생(1883 - 1928) 항일독립운동 중 체포 악명이 높던 마포 경성형무소 옥사, 후손이 피눈물 나게 노력해 제정호적 통해 옥사기록이 증명되어도 더 많은 거증자료 요구하는 현실이 국민정서나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싶다.

 

 

정병기<미발굴독립유공자 정용선선생 증손> 지난해 중국 시안(西安) 여행 중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재중동포 관광가이드를 만났다. 그는 시안이 중국의 주(周), 진(秦), 한(漢), 수(隋)나라에 이어 당(唐)나라 수도였던 관계로 역사를 잘 알아야 관광객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전공자답게 그는 시안의 역사에 대해 소상히 알려주는 사이에 시간을 내어 자기와 같은 재중동포의 비애를 토로하기도 했는데 오늘날 우리들이 충분히 새겨들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다. 자신들이 중국에 머물게 된 것은 할아버지 세대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지방이나 상해 쪽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라 한다.

 

 

세월이 지나 그들은 중국에 눌러앉게 되었고 많은 재중동포들은 조선인이란 이름을 달고 대한민국 사람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제3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데 애환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 속에서는 일제에 항거하며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들의 애국충정을 새기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반민족행위를 하거나 매국을 하면 자손들이 잘되고 애국이나 항일을 하면 3대가 망하는 수모를 겪는 일이 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바로 해방이후 친일적폐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그의 말은 한 마디도 틀린 말이 없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관광객들이 오면, 특히 정치계 지도급 인사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수없이 외치고 탄원했다고 했다. 이야기할 때는 큰일을 낼 듯 수긍하더니만 돌아가서는 감감 무소식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인데 한 맺힌 재중동포들의 입장을 충분히 새겨들어야할 가치가 있다.

 

혹자는 말한다. 일제시대에 어떤 사람은 일제 앞잡이가 되어 같은 국민들에게 많은 압박을 가한 대가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면서 그들의 후손까지 잘도 지내고 있건만 정작 독립군의 후손들은 부모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해 지금까지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박완서의 소설 ‘오망과 몽상’에서도 그 답은 명쾌하다. 일제에 협력한 앞잡이들은 동포를 억압한 대가로 자식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놓으니 해방 후 정부 고관이 될 수 있었고, 독립군의 아이들은 가난하여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으니 나라에서 최고의 벼슬을 준다고 해도 경복궁 수위장 기능직 밖에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의 설정은 우리들에게 애국과 매국에 관한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지 아니한가.

 

해방이 되고 75여년이 흐른 이제도 재중동포들은 대한민국의 국적 없이 광야에 홀로 섰던 조상들의 외로움을 되씹고 있다. 그렇다면 조국광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후손들의 생존권마저 담보하여 독립운동한 선구자들의 영령은 후손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푸대접받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 하는 한탄이다.

 

그들 선구자들의 피와 땀과 희생이 뒷받침되어 자주국가를 세우고 보전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후손들에게 제대로 보상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한 많은 분들의 명예를 찾아주는 것도 국가보훈처 등 당국에서 응당 해야 할 일 중 핵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어느 독립운동가 후손의 외침을 우리는 그냥 흘러 보낼 수 없다. 일제시대에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군들의 값진 희생 속에 세워진 정부가 소극적 행정으로 인해 빛나는 위업들이 과거 속에 묻혀 있다는 사실은 주권이 강탈당한 채 36년이란 세월을 암흑 속에 헤매다가 독립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민족독립을 위해 목숨을 받치고도 빛도 그림자도 없이 잃어버린 애국으로 만드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통분스럽다.

 

물론 국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의 증명을 대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항일운동한 사람들에게 그 증명이 받침이 되면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순국자들의 위업을 기리고 후손들의 자긍심을 북돋워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정병기(63) 씨는 증조부의 항일운동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42년간 전국의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자료와 증언을 구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일제시대 독립군의 군자금 모금을 벌이다 경성형무소에 투옥돼 숨졌다’는 사실을 호적과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통해 으로 알게 되었고,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정부기관에 지금까지 수없이 탄원하고 서류를 제출했건만 당국의 처리는 안일무사하다고 전한다.

 

증조부의 독립운동으로 인해 증조모, 할아버지, 아버지 대에서 엄청난 고초를 겪었고, 이는 박완서 소설의 ‘오망과 몽상’에서 보는 가족 수난사보다 더 큰 상처와 멍에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함에도 국가보훈처에서는 “구체적인 죄목이 적힌 ‘수형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정병기 씨의 증조부 정용선 선생이 그의 고향인 경북 봉화군 춘양면을 일대로 영주, 풍기, 울진, 영덕, 의성 등지에서 독립운동과 군자금 모금운동을 벌였던 1900년대 초부터 1916년까지의 시기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길이 빛나는 영덕 출신의 신돌석(申乭石) 의병장이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시기와도 같다.

 

이처럼 객관적인 자료와 사실을 당국이 간과하고서 앉아서 갖다 주는 소명자료를 가타부타하는 소극적인 행정을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행여 독립유공자들의 영혼이 있어 현실의 안타까운 입장을 접하고서는 ‘무엇 때문에 목숨을 바쳤고 후손들에게 배고픔과 힘듦을 남겨주었는가?“를 자책할까봐 적이 두렵고 부끄러움이 앞선다.

 

우리나라가 한.일 강제병탄 111년이 되고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광복이 된지도 어언 75년이 흘렀다. 보훈당국에서는 일제 강점 하에서 국내를 떠나 중국 등 외국에서 항일운동을 하였거나 국내에서 활동한 애국자들을 찾는데 정성과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애국지사들의 빛나는 위업을 확인하여 그들의 명예를 찾아주고 후손들의 자긍심을 지켜주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증손자가 자손 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정용선 증조부 항일독립운동의 명예를 찾기 위해 지난 42년을 고군분투해 왔다. 자신들의 후손들이 고생을 하고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애국선열분들이 지하에서 아마도 통곡 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민족의 암흑기에 홀연 단신으로 가족을 뒤로 하고 오직 독립과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받치신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의 후손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며 당연지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조국 광복을 위해 받친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힘없는 후손들에게만 거증자료를 요구하는 관행을 계속 할 것인가 묻고 싶다. 이제라도 정부의 도리를 다해주길 바란다.

이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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