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개발과 관련된 비밀문서를 외국에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시간에는 미국 정부가 앞으로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핵 문서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 미국 소리 방송이 12일 보도했다.
진행자)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 등 모두 1만8천 쪽에 달하는 핵 관련 문서를 미국에 넘겨주지 않았습니까. 먼저 이 문서의 성격과 내용을 설명해주시죠.
최) 네, 북한은 지난 8일 평양을 방문한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에게 영변 원자로의 가동 일지를 건네줬다. 이 문서는 총1만8천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인데요. 이들 문서는 지난 1986년 이후 가동된 영변의 5 메가와트 원자로와 영변의 다른 핵 시설에서 진행된 세 차례의 핵 재처리 활동 기록 등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1990년과 2003년, 그리고 2005년 북한이 실시한 재처리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서가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행자) 북한이 자국의 핵 개발 자료를 외국에 넘겨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현재 이 문서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최) 북한은 평양에서 1만8천 쪽의 문서를 모두 7개의 상자에 담아 성 김 과장에서 넘겨줬습니다. 성 김 과장은 이 문서를 갖고 지난 10일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돌아왔다. 이 문서는 워낙 민감하고 보안을 요하는 터라, 미국 정부는 성 김 과장 외에 별도의 외교관들로 하여금 직접 들고 오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오늘 워싱턴에 도착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 문서들을 앞으로 어떤 절차에 따라 조사할 예정인가요?
최)미국 정부는 일단 관련부처 합동조사반을 구성한 후, 문서 분류-번역-검증이라는 3가지 순서에 따라 검증 작업을 벌일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합동조사반에는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에너지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핵 전문가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조사반은 우선 북한 핵 문서를 분류한 후 한국어 전문가들로 하여금 이를 번역하게 한 후 검증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진행자) 좀더 구체적으로 미국이 북한 핵 문서에서 무엇을 검증한다는 것인지 설명해 주시죠?
최)미국이 문서 검증을 통해 가장 파악하고 싶어하는 것은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이다. 그 동안 미국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북한이 40-50 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반면 북한은 자신들이 30킬로그램 정도만 추출했다고 주장해왔다. 양측 간에 약 10-20 킬로그램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서를 검증해 보면 북한이 그동안 플루토늄을 얼마나 추출했는지 객관적인 근거가 밝혀질 것으로 미국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진행자) 좀 기술적인 질문이긴 합니다만, 미국이 북한이 제공한 핵 문서를 어떤 식으로 검증하고, 플루토늄 총량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궁금한데요?
최)이것은 좀 전문적인 내용입니다만,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 정보 당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이 지난 1990년과 2003년 그리고 2005년, 세 번에 걸쳐 재처리를 했음을 알고 있다. 다만 북한이 원자로에 있는 8천 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때 어느 정도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또 그 과정에서 폐기물이 얼마나 생겼는지는 잘 모릅니다. 따라서 미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자료와 북한이 제출한 원자로 가동 일지를 일일이 대조해 보면 북한이 생산한 정확한 플루토늄의 양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진행자) 혹시 그 반대의 경우는 생기지 않을까요? 북한 문서를 조사해 봤더니 정확한 플루토늄 추출량이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의혹이 증폭되는 경우 말이다.
최)아직 북한 핵 문서라는 판도라의 상자 뚜껑이 열리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문서 검증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파악하는 데 필요조건이긴 해도 충분조건은 아닙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모를 파악하려면 문서 검증과 함께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에 직접 가서 핵 물질 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물론, 북한 과학자들을 면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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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서 어떻게 검증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