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오후 북한의 지난 9일 지하 핵실험을 비난하고 유엔 회원국들에게 구속력 있는 강한 경제적, 외교적 제제조처를 시행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대북한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미국 소리 방송이 보도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지 엿새만에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핵실험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사안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대한 핵물질 판매금지와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선박들에 대한 검색을 규정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14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한 제재 결의안은 지난 1991년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이후 두 번째로 나온 대북한 조처이다. 안보리는 지난 7월15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이에 대해 경고하고 추가 발사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안보리는 애초 13일 미국이 마련하고 세 차례 수정된 결의안 초안을 표결에 붙일 예정이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다시 진통을 겪었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와 관련,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선 검색 방법 등과 관련한 이견이 핵심쟁점인 것으로 보도했다.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해상 검색은 어느 일방을 자극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촉발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광범위한 제재를 담은 결의안이 군사적 행동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상임이사국과 일본은 14일 거듭 조율작업에 나선 끝에 수정안에 극적으로 합의한 뒤 곧바로 이사회 전체회의 표결에 붙였다.
결의안은 미국의 원안에서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금지 및 자산동결을 규정한 항목을 완화했고 아울러 추가적인 외교적 노력을 권고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및 기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계획에 기여할 수 있는 물질과 미사일, 탱크, 전함, 전투기 등 무기 판매를 금지했다. 북한의 무기나 미사일 계획에 어떤 형태로든 연계된 개인이나 단체의 금융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이같은 계획에 관련들 사람들에 대해서는 여행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결의안은 그동안 논란의 초점이 됐던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들에 대한 해상검색과 관련해 기존의 내용을 다소 완화했다.
미국의 초안은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을 출입하는 모든 화물선에 대해 무기로 의심되는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화물검색을 실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회원국들에게 북한을 출입하는 화물검색을 포함한 협력적 조치를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실시하도록 했다.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결의안 채택 직후 이번 결의안은 핵 확산자는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처벌을 받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볼튼 대사는 또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대사도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이에 따라 단호하고도 적절한 유엔의 대응을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안보리 연설을 통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과 제재, 압력은 외면한 채 강압적인 결의안을 통과시킨 안보리는 완전히 공정성을 잃었다”면서 “이번 결의안은 전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결의가 채택된 후 안보리 회원국들은 앞으로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유엔 제재는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대사들은 이번 제재가 북한 정권을 겨냥한 것이지 북한 주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한편 부쉬 대통령은 결의안 채택에 앞서 14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유엔 안보리에서의 결의안 통과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게 될 것”이라며 조속한 채택을 촉구했다.
유엔 북한제재 결의안 채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