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7개 세입자대책위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 함께 16일 오전 서울시청 다산플라자 앞에서 공동 집회를 개최했다. 세입자들의 공동 집회는 뉴타운재개발 시행 이후 처음이다.

현재 뉴타운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성동 왕십리, 서대문 가재울, 마포 아현동, 동작 흑석동, 동대문 휘경동, 구로 고척쇼핑상가, 용산상가 세입자 200여 명이 공동집회에 참가했다. 7개 지역의 뉴타운재개발 추진 상황은 다르지만 요구사항은 같다. 세입자의 주거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주민 가운데 70%가 세입자에 이르고 있으나 재개발조합, 구청, 서울시청은 법에 명시된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에 관한 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등에는 개발지역의 주택세입자의 주요 권리로 임대주택입주권, 주거이전비, 동산이전비용 등이 명시돼 있으며, 상가세입자의 주요 권리로는 휴업에 따른 3개월 휴업보상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세입자 80%는 재개발조합의 횡포와 용역깡패의 폭력에 의해 이전비조차 보상받지 못한 채 강제 퇴출되고 있다.

공동집회에선 세입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고, 뉴타운개발의 문제점을 알리고, 주택정책의 대안을 찾기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주거세입자들은 임대아파트비율 확대와 임시가수용시설대책을, 상가세입자들은 합리적 보상감정평가와 현실적인 재입주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동절기 이주대책과, 철거용역 폭력사용에 대한 주민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서민주거를 불안하게 하는 뉴타운재개발을 중단하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뉴타운재개발 문제 해결방법은 투쟁 뿐”

민주노동당에서 이런 세입자들의 권리찾기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홍희덕 국회의원,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 서울지역 지역위원장들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홍희덕 국회의원은 “의식주 가운데 옷 입는 것은 어지간히 해결됐는데 멜라민, 광우병 등 먹을거리 문제와 주거환경의 문제는 심각하다”며 “뉴타운은 돈 많은 20%만 다시 들어갈 수 있고, 80%의 서민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 뉴타운재개발을 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민을 위한 정권이 아니다. 힘차게 투쟁해서 불합리한 뉴타운 정책을 바꿔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은 뉴타운재개발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뉴타운정책은 땅투기꾼, 건설회사만 배불려주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은 투쟁으로 가능하다”며 “서울 전역의 주거, 상가세입자와 전국의 주거, 상가세입자가 모여 세입자동맹을 만들어 확실하게 힘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주거이전비 소송에 승리해서 보상기준 시일을 앞당겼다고 안주해선 안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주택을 보장받을 수 있게 주거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뉴타운재개발 바로세우기연대회의 국장은 “주거이전비는 주거대책이 아니라 내집에서 쫓겨나는 것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세입자를 위한 진정한 주거대책은 임대아파트를 늘리고 임시수용시설을 짓는 것이다”면서 “오늘부터 주거약자인 우리가 힘을 모아 목소리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개 지역 세입자들 “뉴타운은 세입자의 눈물”

7개 지역 세입자 대표들이 지역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입자 대표들은 한결같이 “뉴타운은 세입자의 눈물”이라면서 “평범한 시민들이 집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세입자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지난 15일 주거이전비 소송에서 승소한 흑석동뉴타운의 박영자 씨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씨는 “주거이전비 소송 승소해서 900만 원 받아도 갈 곳이 없다”면서 “여러분은 꼭 투쟁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임대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마포3구역 뉴타운지역 세입자 황은경 씨는 “10월 31일까지 집을 비워야 하는 실정이다. 밤마다 용역과 조합이 찾아와서 나가라고 행패를 부리고 보상을 하자고 한다”면서 “주거이전비 1,450만 원 받아서 어디로 가겠냐. 우리는 가수용단지나 거주할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구로고척상가세입자인 손영호 씨는 “지난해 12월 정성이앤지가 (쇼핑센터) 인수를 해서 명도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20~40년씩 장사를 한 대다수 상인들에게 아무런 대책 없이 나가라고 한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안타까운 금호동 세입자 자살 소식

한편, 이날 집회에선 재개발예정지인 금호동의 한 세입자가 지난 15일 자살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49살 가장으로 전셋집을 비워달라는 법원통지서를 받은 뒤, 이사할 집과 전세대출을 알아보러 다녔다고 한다.

안타까운 세입자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세입자들은 분노하면서 세입자들의 권리를 찾을 때까지 똘똘 뭉쳐서 싸울 것을 다짐했다. 최창준 성동구위원장은 세입자 모두가 통지서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절망감 때문에 죽고 싶은 심정일 거다. 그러나 좌절하지 말고 잘못된 주거정책에 맞서 세입자들이 손잡고 같이 싸우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