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의장제도(儀仗制度), 노부(鹵簿)는 조하(朝賀), 연회 등의 궁정행사와 제향(祭享), 능행(陵行) 등의 행차 때 권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동원된 의장(儀仗) 물품과 그 편성과 운용제도를 말하며 궁정(宮庭)에서는 의장(儀裝), 어가행렬(御駕行列) 시에는 노부(鹵簿)라 하였다. 노부는 세종 대에 정비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수록되었으며 1897년 대한제국이 건국되자 모든 의장은 황제의 노부로 격상, 재정비됐다.
조선시대 노부의 관리와 운영은 병조 승여사(乘輿司)에서 담당했다. 노부(鹵簿)에 사용된 의장(儀仗) 물품은 160여 가지나 되는데, 의장(儀仗)의 용도에 따라 길의장(吉儀仗)에 속하는 것으로는 각종 기치류(旗幟類), 무기류, 산류(傘類), 부채류, 당류(幢類), 장도류(粧刀類), 악기류 등이 있고, 흉의장(凶儀仗)에는 삽(翣), 우보, 만장(輓章), 방상시(方相氏) 등이 있었는데, 흉례(凶禮)에만 사용됐다.
노부는 그 규모에 따라 대장(大仗)·소장 혹은 대가(大駕)·법가(法駕)·소가(小駕) 노부로 구분되며, 신분에 따라 세자노부, 왕비의장, 왕세손의장 등을 마련하였고, 용도에 따라 길의장(吉儀仗)·흉의장(凶儀仗)·황의장(黃儀仗)·홍의장(紅儀仗)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황의장과 홍의장은 대중국 관계의 의식에서만 특별히 사용된 것으로 각기 황제와 황태자의 격식에 따라 운용됐다.
왕이 궐 밖으로 행차할 때 타는 수레를 가(駕)라고 하고 궐내에서 타는 가마를 연(輦)이라 했다. 가(駕)'는 말이 끄는 것이고, '연(輦)'은 사람들이 어께에 메는 것이나 '가'를 사람들이 메기도 하였다. 대가, 법가, 소가는 가의 규모에 따라 구별한 것이다. 대가노부는 종묘와 사직의 제사 때, 법가노부는 문소전(文昭殿), 선농단(先農壇), 문선왕(文宣王)의 제사와 열병(閱兵), 무과 전시(殿試) 참관 때, 소가노부는 능행(陵行) 등 기타 출타시에 사용됐다.
왕은 도성 안 행차 뿐 아니라 도성 밖으로 나가 능행차와 사냥 등으로 몇 달씩 머무는 일도 있었다. 어가행렬(御駕行列)을 하다가 휴식을 취하는 곳을 주정소(晝停所)라 하는데 차나 죽을 먹으면 소주정소, 수라를 들고 오래 머물면 대주정소라 했다. 왕이 행차할 때는 왕실 또는 국가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나 동원된 의장물의 배치순서를 그려놓은 반차도에 따라 인원과 의장물의 자리와 순서를 미리 정하고, 행차에 필요한 의장물의 규모는 기본 형태에 따라 실시했다.
행렬의 맨 앞에는 무장한 수백명의 군사들은 갑옷과 무기를 갖추고 행차를 보호하고, 두번째는 행렬에는 화려한 깃발과 의장용 창검을 든 의장행렬이 세번째 행렬에는 어가를 탄 왕이 있었고, 왕의 어가 앞뒤에는 커다란 해가리개(산)와 부채, 취타대를 배치하였다. 그 뒤로 종친과 문무백관이 왕을 수행하고, 행렬의 맨 뒤에는 선두와 같이 군사들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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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부(鹵簿)와 어가행렬(御駕行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