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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석정(花石亭)과 이율곡
기사등록 일시 : 2011-09-14 17:22:43   프린터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속 정자에 가을이 깊어지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생각 끝이 없구나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멀리 흐르는 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햇볕에 붉으네
山吐孤輪月(산토고윤월) 산이 외로운 달 둥글게 떠올리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도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 어디메로 날아가는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울고 가는 그 소리 저녁 구름 속에 끊기누나

 

송재운(동국대 명예교수)율곡(栗谷), 이 이(李珥, 1536-1584)의 화석정(花石亭) 시다.

 

율곡은 이 시를 8세 때 지었다. 이로 하여 율곡은 일찍이 이름을 떨치게 되고, 시 또한 널리 알려 졌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화석정에 올라 늦가을 임진강 정취를 5언 율시로 멋지게도 읊었다. 조선 중기의 대학자이며 정치가인 율곡은 신사임당(申師任堂)을 어머니로 강릉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고, 이후는 아버지의 고향인 경기 파주 율곡리로 와서 살았다. 그러니 이 시는 그가 강릉 오죽헌에서 율곡리로 온지 2년 만에 지은 것이다.

 

율곡은 일직이 약관에 아홉 번의 장원(九度壯元)을 한 당시 조선의 천재. 이 시에서도 그의 뛰어난 문재(文才)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화석정은 원래 율곡선생 가문의 정자(亭子)이지만, 정자가 위치한 임진강가의 빼어난 풍광과 위에 든 율곡의 화석정 시로 하여, 자고로 수많은 시인 묵객 그리고 학자들을 불러들인 경기의 명승이다.

 

화석정은 경기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산 100-1에 자리하고 있다. 그 자리는 율곡리 화석동 마을의 뒷동산이다. 이곳은 임진강이 아래로 굽어 보이는 강가의 벼랑 위이다. 정자에 올라 북쪽을 향하여 서면 오른 쪽으론 임진강의 동쪽이, 왼쪽으론 임진강의 서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율곡 시의 표현대로 멀리 강가 동쪽에 솟은 산은 저녁이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서쪽엔 만리의 바람을 머금은 강물이 노을에 젖는,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 된다. 그런데 지금은 정자 바로 밑쪽으로 문산과 전곡을 잇는 37번 국도가 나있어 예전과 같은 고적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정자 옆에 서 있는 수령 600년을 바라보는 느티나무를 보노라면 오랜 역사의 향기는 느낄 수 있다.

 

화석정은 양원공(揚原公) 이숙함(李淑咸)의 화석정 중건 기문(記文)에 따르면, 세종 25년(1443)에 율곡의 5대조인 강평공(康平公) 이명신(李明晨)이 자기 별장 뒤 깎아지른 듯 한 봉우리에다 처음 세웠다. 그 후 성종 9년(1478)에 이명신의 손자이자 율곡의 증조부인 이의석(李宜碩)이 중건하고, 그의 은사 이숙함이 “花石亭”이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이숙함은 “화석(花石)”이란 문구를 중국 고서 찬황공(贊皇公) 이덕유(李德裕)의 별장 평천장(平泉莊) 기문(記文)에서 따왔다고 한다.

 

화석정은 그 후 임진왜란(1592) 때 불탔다. 전해 오는 얘기로는 선조(宣祖)가 임진년 4월 그믐 날 의주로 몽진 할 때, 이곳 임진강가엘 밤에 도착했는데 심한 비바람 때문에 등불을 밝힐 수가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 어가가 도저히 강을 건널 수 없었다. 그래 수행하는 신하들이 마침 이 화석정에 불을 지르고서, 그 불빛으로 어둠을 밝혀 어가와 일행이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일설에는 임란 10년 전에 이미 경연에서 10만 양병설을 주청한 율곡이 생전에 화석정을 손보거나 건사하면서, 제자들과 함께 소나무 관솔 기름을 정자의 기둥과 서까래에 두껍고 윤이 나게 잘 칠해 두었다고 한다. 이 기름칠 덕에 그날 화석정의 불은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강과 그 일대를 밝게 비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선생의 이와 같은 선경지명에 모두가 크게 놀랐다고 한다.

 

화석정이 있는 이 임진강 일대가 벽제에서 평양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니, 화석정에 담긴 이런 얘기들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이어 헌종 14년(1673)에 율곡의 후손들이 이 자리에 다시 정자를 지어 오래 유지되었으나, 6.25 때 또 불타서 소실되었다. 화석정은 전란, 그리고 화마와 악연이 깊은가 보다...

 

그 후 1966년 파주의 유림이 오늘 날 보는 것과 같은 정자를 복원하였다. 그리고 1973년에 정부는 율곡선생 및 신사임당 유적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건물에 단청을 입히고 주위 경관을 가꾸었다. 1974년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1호로 지정되었다. 정자의 현판 “花石亭”은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다.

 

영남의 퇴계와 더불어 조선 성리학의 쌍벽을 이룬 율곡. 선생은 박명하여 48세의 많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학문사상과 정치적 업적은 영원히 기릴 만하다. 선생은 평소 틈만 나면 이 화석정에서 명상하고 시도 지으며 제자들과 학문을 논하고 사람들도 만났다. 한때는 중국의 칙사(勅使) 황홍헌(黃洪憲)이 화석정을 찾아와 율곡과 시를 읊으면서 청유(淸遊)하였다고 한다.

 

파주 율곡리(栗谷里). 분명 밤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이(李珥)의 호가 또한 “율곡(栗谷)”임을 본다면, 그는 이곳 고향을 참으로 사랑하였던 모양이다. 율곡이란 이름의 밤나무골은 전국 여러 곳에 있다. 그러나 오직 파주 율곡리가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율곡 선생으로 해서다. 강가 경치 좋은 곳에 정자도 화석정이 아니더라도 찾고 보면 적지 않을 터. 그러나 여기 임진강 화석정이 유달리 널리 알려졌고 찾는 사람이 많은 까닭도 율곡선생 때문일 것이다.

 

우계(牛溪) 성혼(成渾)과 더불어 율곡은 파주가 낳은 대현(大賢)이다. 화석정 또한 율곡의 문취(文趣)와 함께 역사의 향기가 서려 있는 곳, 오늘의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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