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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과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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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등록 일시 : 2005-07-26 11:06: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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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26일 소위 안기부 X파일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정치권, 언론, 재벌, 안기부, 검찰 등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파워집단들이 모두 등장하고 있다.
등장인물도 화려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도 온갖 불법과 파렴치가 망라되어 있다.
게다가 앞으로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또한 언론은 언론끼리, 정당은 정당끼리 자기들 유리한 대로 주장하고 항변하고 싸운다.
이런 사람들과 이런 국가기관에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맡기도 있다니... 언제나 이런 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까...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의 내용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무척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당사자들도 복잡하게 얽혀 싸우고 있다.
이 사건에 나타난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 이다.
첫째, 한나라당 등 X파일에 등장한 인물과 기관의 불법과 파렴치이다.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그 주변 인물들, 대표적인 언론 사주, 최고 재벌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행한 불법적인 정치자금 전달 행위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극심한 도덕 불감증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X파일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불법 정치자금의 최대 수혜자이다. 2002년 대선의 차떼기에 앞서 97년 대선에서도 역시 불법 정치자금을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아직 ‘X파일에 따른 것’일뿐 확인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겉으로 비춰지는 한나라당의 반응은 ‘사과’보다는 ‘진상규명’과 왜 우리만...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물론 아직 진상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사과부터 할 필요는 없다.
진상규명이 먼저이다.
그러나 말로만 진상 규명을 외쳐서는 안 된다.
우리 한나라당은 사건의 당사자이다.
우리의 문제이다.
우리 중 누군가는 ‘X파일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물론 매우 어렵고 아픈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
최선을 다해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아울러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검찰도 이번 사건 연루당사자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별검사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에 전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야당탄압이다. 편파수사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민 앞에 겸허히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당 대표가 앞장서야 한다.
부대변인의 사과와 입장표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당 대표가 직접 “최선을 다해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조사에 협조하겠다. 만약 사실로 들어날 경우 대국민 사과는 물론 뼈를 깎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당 소속 모든 의원들이 고통스런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자산과 함께 부채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차떼기로 이미 망가졌는데 더 망가질게 있나 우리만 그랬나 는 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면 한나라당은 영원한 차떼기’일 수밖에 없다.
과거 2002년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 스스로 고해성사하고 국민께 용서를 빌자. 이대로 가다간 온갖 수모를 겪고 타격은 타격대로 입는다.는 주장은 “규모를 어떻게 파악하나 순진하기 짝이 없다.”는 말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수술하는 일, 괴롭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정직함’과 ‘정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최상의 방책이다.
다른 당사자인 삼성과 중앙일보도 비슷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결과에 따라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불법 도청의 문제이다.
불법 도청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이다.
그것도 국가기관에 의해 저질러지는 행위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불안하게 만든다.
김영삼 정권의 불법도청이 X파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대중 정권기간에도 휴대폰 불법 도청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지금도 도청하고 있는 것 아니야?”라고 의심한다.
나 자신 스스로도 혹시 하는 마음에 두 개 이상의 전화를 가지고 있고 전화번호도 자주 바꾼다.
불법도청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불법 도청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불법 도청의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언제, 왜, 누구를,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낱낱이 밝혀내고 이를 계기로 불법도청을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특별검사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정치권, 언론, 재벌, 국정원, 검찰 등이다.
국정원 자체 조사도, 검찰 조사도, 국정조사도 모두 적절치 않다.
중립적이고 치밀하고 저돌적인 특검이 제격이다.
이 사건과 관련, 정치권이 우선해야 할 일은 특검제 도입이다.
셋째, 불법 도청으로 얻은 불법 자료에 의한 개인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물론 충격적인 파일의 내용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파일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이지만 이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불법도청도, 불법도청으로 얻은 자료를 누설하는 것도 모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예를 들어 치밀한 계획 하에 마구잡이로 또는 미운 놈의 ‘불법?불륜 몰래 카메라’를 찍는 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이 몰래카메라 테이프를 공개하는 것 역시 범죄행위이다.
불법.불륜을 알리기 위해 범죄행위를 저지른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법도 정당화될 수 있다?
이는 옳지 않은 논리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불법도청의 근절’만큼 ‘개인 사생활의 보호’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중요한 가치이다.
또한 불법을 바로잡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한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그럼 남은 불법 테이프의 처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모두 공개해야 하나 아니면 불법자료이기 때문에 모두 폐기해야 하는가?
많은 토론과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 의견을 밝힌다면, ‘불법자료는 불법도청의 증거로만 사용하고 거기에 담긴 내용을 이용해 세상을 바로 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부분을 제외한 불법자료는 폐기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이 세 가지 이슈들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얽혀 있다.
또한 사건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거나 덜 불리한 이슈를 중점 부각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서로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고르다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불법정치자금과 불법도청과 불법자료의 폐해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세 가지 이슈에 대해 진지하고 불편부당하고 미래지향적인 토론과 해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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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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