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앙당 운영위원(네티즌대표) 김우석은 30일 4월 재보궐 선거때의 일입니다. 원희룡의원이 선거기간에 인터넷 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들이 원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사태가 있었다. 일부 박사모’회원들과 한나라당 소장파의원들(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편의적인 구분이지만 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혁성향 의원그룹)간의 설전이 있었고, 곧 진정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내의 소장파의원들에 대한 따가운 시각들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 사태를 보고 어떤 분이 이러한 비유를 하더군요. 한 회사에서 회사내의 기강을 잡기 위해 근무시간에 인터넷 게임을 하는 이사에게 징계를 주었습니다. 회사내에서는 본보기를 삼아야한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징계를 받은 이사가 게임개발을 담당하는 이사였다는 것이다.
사이버세계는 이제 현실세계의 반영을 넘어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임은 1000만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사이버세계에서 구현하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당직자나 국회의원들이 인터넷게임을 하는 것이 거리유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소장파의원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문제는 게임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논쟁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변견과 ‘이지메’입니다. 작년 연말과 연초에 한나라당 소장파의원들이 당개혁을 주장하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때도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감정적인 고정관념, Stereotype)이 표출되다.
개혁의 내용에 대한 논쟁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버릇이 없다 제 할 일은 않하고 언론에 뜰 궁리만 한다’, 심지어는 ‘회의에서 말할 때 보니 술냄새가 나더라’ 등의 내용들이 돌았습니다. 저로서는 진짜 당시에 술냄새가 났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분을 전체로 확대하여 상대를 일방적으로 규정’해 버리는 스테레오타입의 전형적인 상황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박근혜대표와 그 참모들에게 스테레오타입에 근거한 배제의 논리’에 조심해 줄 것을 부탁드린 바 있다. 결국 선거 때 부동층의 표를 끌어 올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온라인 상이든 오프라인 상이든)를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소장파의원들의 개혁 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당내 일부 중진의원들 뿐 아니라 상당수의 네티즌들에게 그런 스테레오타입이 먹혀들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부정적인 인식들이 근거가 없는 것 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회창 총재시절 이후로 한나라당 소장파의원들은 끊임없이 ‘개혁’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나 그 개혁의 성과는 차치하고, 주장하는 개혁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당내의 불안이 증폭될 때마다 전가의 보도 처럼 등장하던 개혁요구’는 위기감의 반영이었을 지는 모르지만, 그 내용 자체로 설득력이나 추진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그 ‘개혁’의 이념적 기반이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누가 속시원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갈증은 심화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당내에 어떤 형태의 질서가 잡히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곤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때 마다 개혁’을 뒷받침해 줄 한나라당내 건전세력들은 힘을 잃게 되고 소장파의원들에 대한 지지도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앞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으며, 강철같은 열정으로 깃발을 들고 나가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개혁의 열기에 김을 빼는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요. 마치 개혁’이라는 명분을 사유화하여 개혁을 통한 국가발전’을 가로 막는 현 집권세력들을 연상케 하지는 않았는지요.
기회주의’의 오명을 벋어나야
또, 당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이 소장파의원들에게 기회주의적 이라는 비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회창총재에 의해 발탁되어 그와 함께 대선을 치루었으나, 이총재 색깔빼기에 가장 앞장서며 최병렬체제를 만들었고, 그들 스스로가 최병렬체제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박대표를 내세웠다가 또 다시 지지를 철회하고 독자적인 대안찾기에 나섰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저는 그런 과정 자체가 기회주의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속에 일관된 지향이 있었느냐입니다. 또 그 지향이 있었다면, 일반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충분한 노력을 하였느냐입니다. 혹 시류에 편승하여 여론을 따라가는데 급급한 생존의 몸부림’에 불과했던 건 아닌가요.
분파주의 는 기회주의 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소장파의원들이 개혁 을 주장할 때 한목소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슈를 이끌어갔던 기억이 저에게는 별로 없습니다.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의원은 어떤 자리를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의원은 어떤 계보와의 관계 때문에 어떤 의원은 지역적 이해관계 때문에 어떤 의원은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 라는 이유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소극적으로 일관하곤 했다.
개혁’은 희생이 따르고 밟히는 얼굴들도 많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편의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면 그것은 기회주의라고 욕먹어도 마땅한 행태입니다.
박대표체제에서는 개혁이 필요없습니까.
그리도 맹령하게 개혁을 주장하던 의원들이 지난 재보궐선거이후 박대표체제가 안정이 되면서 순한 양 이 된 것 같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나 대선을 보면 지금 섯불리 움직이는 것이 모난 돌이 정맞는’ 격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은 일거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 체제가 안정화 되었다고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박근혜대표의 개인적인 인기와 현정권의 실정에 기대 그럭저럭 실리를 챙기겠다는 생각으로는 어떤 실리도 얻을 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의원직을 유지하고 일시적으로 더 큰 명예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의무와 역할을 방기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짖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원들은 이제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의 길’을 버리고 역사앞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그리고 한나라당의 젊은 인사들에게 기대는 바가 무엇인지 직시해야 합니다. 누가 한나라당의 대권주자가 되더라도도 개인의 힘으로 그 큰 부담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수권의 능력과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후보를 내세우더라도 국민앞에 떳떳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장파의원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대하는 바도 큽니다. 저는 한나라당의 소장파의원들이 그 능력과 국민적 기대만큼 스스로의 책무를 다한다면 한나라당은 반드시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역사속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집권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얼마전에 만난 한 초선의원은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스스로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결과적으로 개혁을 가로막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요구되는 위치에서 그 역할을 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말이었습니다.
소장파의원 그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