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정 인(소설가)
차거운 땅 속에서 최소한의 호흡으로 겸허히 겨울을 견디는 마른가지의 장미는 그 건조한 뿌리속에 지치지 않는 꿈을 간직한다.
박근혜, 이회창 그리고 손학규, 이들의 공통점은 인색한 대지의 혹독함에서도 결코 꿈을 잃지 않는다는 강인함일 것이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이미 절반의 성공을 획득한 것 같다.
1) 손학규.
그에게 시베리아는 동토의 유배지가 아니라 희망과 개척의 들판이었다.
손학규가 그대로 한나라당에 있었다면, 그는 아직도 여전히 낯설어 했을테고, 비록 처음에는 척박하더라도 쟁기를 들고 가슴 뿌듯이 갈아야 할 자신의 영토를 마련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서 손학규는 어차피 영원한 이방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런건 본인이 가장 원초적으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어차피 2007년대선은 그의 운명선과 맛닿은 타이밍이 아니었다.
손학규는 이미 그 사실을 간파 했었다.
그대로 한나라당에 있었다해도 그는 영원히 낯선 나그네일 수 있다.
자신의 확고한 터전을 개척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결단하는데는 외부의 유혹도 만만치 않은 작용을 물론 했었다.
김근태도 은근히 부추겼고, 어쩌면 김대중도 그를 안심 시키면서 손짓 했을 것이다.
손학규는 그당시 범여권의 후질법도 한 경선무대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해 줄 인물이었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유혹이었고 그러나 알아챘을만도 한 함정이었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손학규는 한나라당에서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에 명색이 아직은 가장 의원수가 많은 범여권의 대표가 되었다. 대표로 추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건 손학규로서는 한나라당에서는 꿈에서도 접하지 못할 단어 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배(毒杯)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손학규는 이제 확실한 자신의 터전위에 발을 디딘 것이다. 뿌리를 굳건히 내릴 터전의 실질적 영주(領主)라는 타이틀이 이제 손학규의 이름 앞에 아주 견고하게 붙게 되었다. 정치인 손학규로서는 그것만으로도 2012년의 절반이상의 성공이다.
손학규에게 또한번의 동토(凍土)의 경험을 준 정동영의 경선승리는 결과적으로 호남에 대선특유의 호남적 한계의 학습효과를 심어 준 셈이다.
그대신에 범여권에서 비중이 있든 없던 그동안 대권후보로 거론되던수많은 인물들을 단숨에 이번의 경선이 정리 해 준 셈이다.
대선 패배의 정동영과 손학규대표 두사람정도가 아직은 대권이라는 부분의 지분을 지니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된것이다.
그런 구도로 2012년까지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가는 것이다.
손학규는 이미 그정도는 예측 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정동영을 위한 대선 운동을 뛰어 준 것은 결국 그 자신의 명분과 미래를 본 결단이었다.
손학규의 대표확정에 이해찬이 출당한 것은 손학규에겐 호재라 할 수 있다. 정대철은 합쳐왔고 김한길은 은퇴선언을 했다.
몇몇 골수 친노나 골수 김대중계가 스스로 빠져나가 준다는건 손학규에게는 화장실 가서 손으로 입 막고 웃을 상황들이다.
그들이 충청권이건 어디건 빠져나가 다른당으로 가 본들 그 탈당이 그들을 당선 시켜줄리는 없다. 그들이야말로 스스로 들이킨 독배를 마시고 쓰러져 정치권에서 서서히 잊혀져 갈 것이다.
손학규는 단 3개월간이든, 그것이 독배이든, 이제 통합신당을 전혀 새로운 분위기로 자신의 트랜드로 만들어 갈 것이다.
지난 5년간 그들 모두가 온갖 이벤트를 다 벌여가면서 이합집산하며 만들어 보려던 새로운 이미지를 손학규 대표라는 전환점을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주 순식간에 이루어 낸 것이다.
손학규체제는 누구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 볼수도 없었던 기존의 통합신당이 주던 지리멸렬 궤멸해 가던 수구꼴통적 뒤범벅 범여권의 인상을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해 준 효과가 있는듯하다.
이념문제는 다시 전술적인 작전에서 지하로 물밑으로 잠수하게 될 수도 있고, 겉으로는 정치권 전체가 하나같이 애매모호하게 희석되어 가고 있다. 아마 5년이 흐르는 동안에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그것이 오해든 아니든 손학규의 이념적 아킬레스건이 저절로 치유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시대적 분위기가 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통합민주신당의 대부분은 오히려 그동안의 두터운 침체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느낌을 이미 간파하고 은근히 새 기운에 기대를 가지는 것 같다. 친노로 구분 되었던 이광재등도 손학규 대표체재에 남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로 김대중이 다시 새로운 당을 만들것이라는 추측보도가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손학규의 신당으로서는 환영 할 상황이다.
기존의 모든 부정적 구태의연함과 구악(舊惡)까지 그들이 다 가져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받는 횡재일 수도 있다.
아무튼 손학규의 통합 신당은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아보인다. 이념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이명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에 따라서, 앞으로 뒤바뀔 여,야의 차이의 간격은 좁아질수도 넓어 질 수도 있을 것이고 , 그에따라 이념의 문제는 한반도의 현실에서는 실용과 한,미. 미,북의평화적 무드에 편승해서 더 많이 희석될 가능성도 보인다.
여당이 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당선인은 이제 수세의 입장이 된다.
단시일내에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여건은 어디에고 그리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차츰 인내심이 없어지고 모든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져가는 시대의 추세는 정치에 대해 그리 관대하지 못하고 너무 쉽사리 기대를 접고 지지를 철회하는 냉정함으로 돌변하는 편이다.정치도 30년주기에서 10년주기로 그리고 앞으로는 더 짧은 기간으로 변화할수 있는 속도감이다.이미 모든 정치권은 2012년의 출발선으로 다가가고 있는듯하다. 4월 총선은 그 전초전이다.
손학규는 이미 그가 가장 취약점으로 꼽고 있는 한나라당의 텃밭,대구 경북지방에서부터 용감하게도 지지기반을 생각보다 섬세하게 구축 해 놓을 계획인 모양이다. 더없이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행보를 꿈꾸고 있는듯하다.
1월 20일경 그는 그들 몇십명의 새로운 지지자들과 갓바위 산행을 시작으로 4월의 총선은 물론 2012년을 향한 긴 항해의 첫 번째 돛을 겁도 없이 대구에서 올린다는 소식이다.
2) 박근혜.
박근혜는 이제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 박근혜에서 대정치인 박근혜로 다시 태어났다.
박근혜는 그런 의미에서 역시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현 정치인 중 실제적으로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기반이 가장 강력한 사람은 박근혜다.
물론 이명박 당선이라는 엄연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모욕과 수모라고 느껴지는(?) 어떤 상황이라도 꿋꿋이 참고 한나라당을 지켜야한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이 바로 박근혜가 뿌리를 깊이 내린 가장 든든한 터전이고 지켜야 할 굳건한 성(城)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보가 아닌 현명함과 결코 경박하지 않은 뚝심이 있기 때문에 그럴리는 없겠지만, 허약하고도 가벼운 외부의 어떤 유혹에도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그 곳은 침을 수 없는 분노와 모욕과 배신이라고 느껴지는 현실인(그래도 지금 뿌리내린곳이 바로 박근혜의 터전이기 때문에)이곳 한나라당에서 나가면 , 바깥이란 곳은 내 터전이 아닌 남의 영역이고, 더욱 허망한 위선일 수 있고, 이제는 다시 빠져나올 길이 없는 늪일수도, 영원히 되돌아 올 수 없는 낯선 황야로의 수치스런 통로일 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힘들더라도 쉽게 움직이지 않고 산같은 무게로 자신의 집을 ,옥토를 지키려는 주인으로서의 강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도 박근혜의 힘을 약화 시키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비록 주변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그럴수록 , 누군가가 박근혜를 홀대한다면 그럴수록, 국민들은 자신의 집과 영토를 지키려는 박근혜를 더욱 보호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박근혜는 국민들이라는 확고한 정치지분을 가장 강력하게 지닌 정치인이 이미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그런 쉬운 것이 아니다.
공천문제의 시기에 대해 너무 예민해 하지 않는게 좋다.
시기에 예민하다는건 여차직하면 떠날수도 있다는 제스쳐로 보일수 있다. 그러나 갈곳은 없다. 우선 박근혜라는 정치인을 담아 낼 만한 곳이 없다. 설령 억지로 우겨 담더라도 다른 곳에 가면 낯설고 나그네고 차거운 냉기로 여기저기 흠집 생기고 상하게 되고 결국 이인자도 못되고 척박한 몰골이 되어 버리고 , 그리고는 길바닥에 추하게 버려진다.
그래서 박근혜는 어떤 경우도 이제는 한나라당을 떠나서는 안된다.
그전에 한번 떠났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두 번이면 그대로 끝이다.
박근혜는 자신의 든든한 성채를 지키면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박근혜를 아끼는 국민들이 언제나 보고 있고 지켜 줄 것이다.
그 자리에 버티고 있어야 힘을 지닐수 있고 그 힘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일들을 겪을지라도 박근혜는 산처럼 그 자리를 지키기 바란다. 우선은 이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게만 한다면 박근혜역시 그리 나쁘지 않은 성공으로 보여진다
지금은 비록 힘들지라도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지켜 나가기를 권유하는 것은 2012년을 향한 박근혜를 위해서다.
3) 이회창
이회창 역시 오랜 동면을 깨고 나온 절반이상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명분은 퇴색되었다. 처음부터 신념화된 명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손학규고 박근혜고 이회창이고, 오늘의 이 글은 어차피 객관적 입장에서의 정치성만을 건조하게 얘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회창의 연이은 다른말과 변신의 행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담은 동의를 얻기에는 문제가 있다.
정치적 계산으로 보면 누구도 다 받아들여서 숫자와 외연을 넓히고 그런만큼 의석수를 더 확보할 것이라는 태도가 그럴 듯 해 보인다.
일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모여든 각자들이 생각따로 말 따로 행동따로로 심한 자가당착에 빠져 기종에 각자가 지녔던 소신자체가 해체된 듯 보인다. 따라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하기에도 곤혹스러울 것 같아 여전히 급조된 모래성으로 보이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차용해서 썼다는 대선자금을 백억이상 돌려 받을 수 있어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절차를 한번 밟았다해서 되돌려 받는 백몇십억원의 돈이 다 용인되는건 아닐 것이다.
대선은 돈세탁하는 과정이 아니기때문이다.
국민들은 여전히 이회창의 백삼십여억원의 대선비와 그와는 또 다르게 들어갈 엄청난 창당비 등과 지금까지의 그 화려한 씀씀이에, 몇 개의풍부한 사무실운영과 그 모든 경비를 합한 천문학적 액수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회창은 재벌도 아니고, 또 놀랄정도의 유산을 받은 엄청난 상속자도 아니다. 그리 특별나게 많지 않은 봉급을 받은 일생이었음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에 비해서 이회창은 웬만한 재벌들 보다 더 엄청난 씀씀이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대선잔금의 상세한 내역은 국민들에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에 대한 의혹을 물을때마다 검찰에 갔고 다 조사 받았다는 간단한 말만으로 넘어 가곤 했다.
이회창은 이제는 이번대선에 든 백삼십억원에 대한 자금의 문제와 새로운 창당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 많은 씀씀이의 경비등, 그 부분에서 한번은 국민을 명확하게 납득 시켜야 할 것 같다.
이회창 신당이 그나마도 안정스러운 희망의석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문국현처럼 가장 어려운 지역구를 골라서 이회창이 지역구 출마를 솔선수범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당연히 심대평등 국민중심당 기존 정치인 모두와 강삼재, 전원책, 유석춘, 이상돈, 지상욱, 이혜연,이홍주등등, 그나마 단한번이라도 사람들에게 이름이나 얼굴이 더 알려진 모든 중심부가 지역구 전략지역을 골라서 가장 어려운 곳부터 최선을 다해서 투쟁하고 선거를 치룬다면 다시한번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유신당은 이회창부터 지역구에 용감히 나가겠다고 선언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태도가 사람들에게는 그 곳에 모인 중심지도부들이 어쩌면 모두 전국구 한자리 찾이해 보려는 기회주의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계나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나 빨리 모여와서 그들이 마치 용병처럼 험난한 지역구에서 결전을 치러주고, 그 어부지리로 전국구나 바라는 것 같아보여 그리 좋은 인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전략상 지역구 확정적 인물은 발표하지 않더라도 지금이라도 중심부들부터 지역구에서 솔선수범해서 뛰어 표를 얻겠다는 선언을 하는게 당을 위해서 유권자에게 제대로 설득이 되는 자유신당의 태도가 아닐런지? 그렇게 적극적으로 이회창부터 가장 힘든 지역구를 골라 출마 선언을 하고 살신성인으로 나선다면 국민들에게 보이는 자유신당의 이미지가 훨씬 더 좋아 질수 있는건 사실이다.
발기인의 면면을 보면 아직은 이렇다 할 만한 인사가 그쪽에 새로 들어간 것 같지는 않은 초라한 편이지만 , 그래도 몇 년을 와신상담하던 대권 삼수생 이회창으로서는 이정도면 역시 성공이라 보여진다. 꿈을 잃지 않고 그 혹독하고도 외로운 겨울을 보낸 삶에의 열정때문일 것이다.
무분별한 과욕보다는 좀더 깊이있게 정리된 명분과 정체성과 정책과 사람들이 모인다면 어느정도의 목표는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객관적 정치성만으로 세사람을 조명 해 보았다. 특히 손학규에 대해서는 그동안 200여편의 칼럼을 써 오는동안 처음으로 이만큼이라도 거론한 셈이다.
왜냐하면 거의 회생 불가능해 보이던 범여권의 현실에서 한나라당 탈당후 단 몇 개월만에 아직은 범여권으로 불리우는 거대당(?)의 대표가 된 손학규의 의미가 정치계에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시사해 주는바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곳에서는 벌써 김문수를 은근히 띄우는 종교단체의 이-메일 뉴스 래터가 시작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태계 키신저의 삼각위원회등, 미국에 여러 라인의 채널을 가진 정몽준, 서울시장 오세훈, 경남지사 김태호등도 2012년과 함께 벌써 이름들이 거론된다.
현재의 범여권에서는 유시민, 추미애, 강금실등의 이름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그러나 2012년의 가장 강력한 이름은 역시 박근혜, 손학규 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국민적 기반과 지분을 가지고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자산은 이 두사람에게는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뜨거운 열정이 그 가슴속에서 마그마처럼 끓고 있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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