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비서관 황인성은 6일 최근 민선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이 10년째를 맞으면서 한국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가늠하고향후 과제를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이 정부, 언론, 민간단체 등에 의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할 만큼 지방자치 발전이 지닌 의미는 지대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풍부한 지방자치의 경험과 전통을 갖고 있지 못한 편이다. 해방 후의 자생적 지방 자치조직들은 미군정, 전쟁 등으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고, 4·19 이후 제정되었던 지방자치법은 5·16 군사쿠데타와 함께 이 땅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민주화 투쟁의 열매인 6월 민주항쟁을 거친 뒤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게 된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를 뒤돌아보면서 성과를 확인하고, 문제점과 과제를 부각하고자 하는 여러 움직임들은 매우 소중한 작업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국민들은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선 지방자치 10년…주민이 행정의 중심
언론에 비친 지방자치의 어두운 모습은 계속되는 단체장의 부정과 비리(10년간 검찰에 기소된 단체장은 무려 142명), 선심성 행정과 예산낭비, 지방토호들에 의한 전횡 등이었고, 이로 말미암아 ‘풀뿌리 보수주의의 정착’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낳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 흐름에서 보면 민선 지방자치가 주민복지와 지역발전, 궁극적으로는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주민들의 경우 54%가 민선 지방자치 10년 동안 지역발전, 서비스 제공방식, 민의 수렴방식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24%만이 만족한다고 응답하여 일반주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방자치가 기여한 측면을 세부적으로 질문했을 때, 주민복리 증진과 지역경쟁력 강화에 각기 73.7%, 79.3%의 주민이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으나, 만족도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향후 주민복리 증진을 위해 중점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분야로는 보건복지 분야(34.1%), 환경관리 분야(30.4%), 주민안전 분야(10.0%), 도시관리 분야(9.0%) 순으로 응답하고 있어, 주된 관심과 요구의 소재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 내용을 세세하게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지방정부의 친절도 향상과 권위주의 의식 타파, 시민사회의 활성화 등으로 민선 지방자치 10년은 주민이 지방행정의 중심에 자리 잡고, 분권화를 통하여 지방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발휘되면서 지방의 책임행정 기반이 마련되고,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과 맞물려 앞으로 한국사회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기초가 다져져 온 기간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불합리한 정책순위에 주민불만 집중
중요한 것은 현재의 아쉬움을 메우고, 더 나은 선진민주사회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을 경주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가를 분명히 자각하고, 공동체의 힘을 모으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주민불만의 주된 원인을 자치요소별로 보면 자치역량의 부족과 지방분권의 미흡이 상대적으로 높게 지적되고 있다. 이를 더 세부적으로 보면, 자치단체의 내부 운영능력의 부족이 압도적으로 나타나고, 다음으로 행정분권, 재정분권의 미흡 순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가 행정과 재정의 분권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지방행정의 혁신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자치단체의 관리방식 문제만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의 비합리성이 주민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자치단체의 정책결정과 재원배분에 있어 의회와 주민의 통제시스템이 더 강화되어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성숙과 주민의 책임 있는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사회는 지방자치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본적인 토대이며 환경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행정기관으로서도 주민들의 증대된 요구에 대응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대처해야 하는 입장에서 수많은 지역문제를 지방자치단체 혼자의 노력으로 모두 해결하기는 실제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 역시 민간부문의 창의적 생각과 노력,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현안을 풀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는 지방행정의 민주성 확보라는 차원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해결 능력의 증대와 지역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도 요구되는 일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지역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간에는 오히려 갈등이 발생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역행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행정정보 공개 강화로 자발적 참여 늘려야
오늘날 주민참여의 통로가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수동적 동원’에서 공청회, 집단적 집회, 민관 협력기구를 통한 의견반영 등 적극적 방식으로 변화해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결정해 놓고 하나의 형식적, 요식적 절차로 공청회 및 위원회 등을 소집하여 의견을 청취하는 모양새만 갖추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민선자치 이후 주민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참여가 지난 10년 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지 현재의 주민의 정책참여 수준이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과 관의 교류를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어야 한다. 즉 ‘지방의제 21 주민자치센터 협력사업 등을 통하여 주민과 행정기관 간에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상호 신뢰감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기관에 요구되는 일차적 과제로는 행정정보 공개의 강화다. 행정기관이 초기 계획단계부터 정보를 공개·홍보하고 의견을 상호 교환하는 등 개방적 풍토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 역시 이제와는 달리 더욱 진지하고 책임 있는 참여를 위해 스스로 단련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시기와 비교하면 자발적 참여의 정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이성적 토론보다는 시위 등 저항적 참여가 주된 현상이며, 공익적 목적보다 민원성 참여가 많다는 것은 여전히 낮은 자치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주민참여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아울러 적극적인 참여의식과 건전한 비판정신,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법적, 도덕적 의무 등 참된 시민정신의 확산으로 자치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할 때이다.
자치수준과 주민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