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중국 정부가 과연 어떤 배경 하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나?..향후 한반도 정세 및 역학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 했다.
중국이 북한에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며, 다음 달 공식 조인식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2010.2.15). 형식은 중국 국책은행들의 대북투자 방식이다.
북한의 총 GDP규모가 150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GDP의 60-7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 차원의 일대 결단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과연 중국 정부가 어떤 배경 하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으며, 이에 따라 향후 극도로 심화될 북한의 對中 경제의존 관계가 한반도 안보와 북한의 장래 및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訪北(2.6~9)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訪中(2.9~13) 결과 나타난 이번 결정으로 王ㆍ金의 상호방문이 “6자회담 복귀”를 구실로 한, 사실상의 對北 경제지원 목적이었음이 드러났다. 11‧30 화폐개혁 이후 심화된 북한의 체제위기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北中 당국자 간 회담이었다는 얘기다.
화폐개혁 이후 그동안 북한 상황은 혼란과 위기 일로에 있었다. 급기야 김영일 내각 총리가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비록 눈가림식이나마) 다시 ‘장마당’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임기응변식 조치만으로 현재의 북한 체제위기를 수습하기에 역부족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북한에서 김정일의 권위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장마당’을 통해 피땀 흘려 번 돈을 일거에 빼앗기고 기아선상으로 몰리고 있는 주민들이 극도의 허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 불평 불만이 증가하고, 그 분노의 화살이 김정일 정권에게로 향하지 않을 수 없다.무엇보다도 화폐(구권이건 신권이건)가 무용지물화하면서, 물자의 유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북한은 지금 체제붕괴 진입 국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보다 못해 ‘과감한 북한정권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을 ‘對南 對美 완충지역(buffer zone)’으로 파악하는 중국의 대북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김계관이 訪中 중이던 2월 11일, 중국 리위안차오(李源朝) 정치국 위원 겸 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이 “(북중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왕자루이가 訪北하여 김정일과 면담할 때, 회담 상대인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 이외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한 점도 주목된다. 김양건은 현재 북한의 대외 투자유치 창구인 조선대풍투자그룹(조선대풍)의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자루이의 방북이 단순히 6자회담 복귀 설득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건(件)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중국의 이와 같은 노골적인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은 향후 한반도 정세 및 역학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우선, 중국이 이처럼 확고한 전략방침을 가치고 북한정권 살리기에 나선다면, 현재 성과를 내며 진행 중인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사실상 무력화하게 된다. 더 나아가 김정일 유고(有故) 시 주목되는 post-김정일’ 시나리오에 있어 (i)북한의 급변사태 보다는 (ii)북한 내 친중(親中)정권 수립과 북한의 사실상 중국 예속화 전망이 높아진다.
후자의 경우를 가상(假想)해 볼 때, 중국은 과거 한사군(漢四郡)처럼 완전히 종속시키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북한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면서, 경제지원이나 인맥관리 등 내부요인을 통해 북한을 위성국가’화 하는 형식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 친중(親中) 유력인물을 내세워 괴뢰국가 형태로 배후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지배 통제하는 방식이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이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對한반도 영향력 축소를 추구하는 일관된 東아시아 전략목표를 갖고 있다. 북한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배경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美中 간에는 미국의 對대만 무기판매 문제 그리고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오바마 대통령 면담 문제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중국의 지원이 없을 경우, 북한정권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북한은 對南‧對美 전략을 화해 협상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고, 더 이상의 핵개발도 불가능 하다.
북한의 장래가 과연 중국의 의도대로 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점차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독자적인 움직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져 오는 세습독재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지원 하에 김정일 정권을 계승할 친중(親中) 정권이 또 하나의 강압정권이라면 북한 주민들도 언제까지나 순응하고만 있다. 향후 북한 내부에서는 무자비한 폭력에 의존하는 권위적 강압통치와 생존을 위한 주민들의 자생적 시장질서 간 투쟁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北中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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