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변호사의 일반 법률사무에 관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변협은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이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우선 일반 법률사무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변호사법 제3조 1항에는 변호사의 직무를 소송업무(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 법률사무란 법의 적용과 해석이 수반되는 사무, 다시 말해 법을 통해 해결되는 모든 사무를 총칭한다.
우리나라 변호사제도는 원칙적으로 법률사무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변호사에게 전속시키고 있다. 이는 전문적 법률지식과 윤리적 소양을 갖춘 변호사에게 법률사무를 맡김으로써 국민에게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미 2000년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한 심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 변호사 수가 적어 주로 소송업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변리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등의 법률사무까지 관심을 쓸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변호사 고유영역이 마치 소송업무로만 국한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 변호사 수도 많아지고 다른 분야도 담당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따라서 개정안은 변호사 본연의 의무를 되찾고 직무범위에 대한 오해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런 점에서 변리사나 세무사 같은 유사 직역이 자기 고유업무를 변호사가 뺏으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그렇다면 왜 변리사나 세무사법에 변호사는 자동으로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겠는가.
모든 법률사무를 변호사가 맡으면 국민에게 폭넓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변호사는 전문성과 책임성, 직업윤리가 높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스스로 자료를 검토하며 고객을 만나는 등 직접 업무를 보는 데 비해 유사 직역의 경우 주로 밑의 직원들이 업무를 담당해 전문성이 떨어졌다. 또한 이들간 과다경쟁으로 법률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경향이 많았고 애꿎은 변호사들까지 욕을 먹기도 했다.
전문성과 윤리의식이 결여되고 직무수행에 대한 감독도 받지 않는 유사직역이 법률사무를 행할 때 나타나는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변호사의 직무 범위의 구체화가 절실하다.
일부에서는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확장하면 상대적으로 소송업무에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변호사는 특허면 특허, 노동이면 노동처럼 자기 전공분야가 있다. 따라서 개개인의 전문성과 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큰 틀에서 보면 변호사 시장의 전문성은 더 커지게 된다. 아울러 알다시피 변호사는 장기간의 수련을 거쳐야 한다. 사시합격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협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과연 변호사와 유사 직역 중 누가 더 전문성이 뛰어나겠는가. 따라서 유사 직역을 늘릴 것이 아니라 변호사들을 활용해야 한다. 미국은 변호사들만 법률사무를 담당하도록 철저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한편 변호사의 직무범위 구체화가 유사직역 관련법과 충돌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어야 관련업무를 볼 수 있는데 변호사는 이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해결책은 유사직역 관련법 업무영역을 고치는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들은 그동안 변호사 고유 업무영역을 임의로 침범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변호사법 개정안은 직역간 업무경계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이를 변호사의 밥그릇 지키기로 바라보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변호사 직무범위 입법청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