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협회는 29일 오전 11시, 한국거래소 앞에서 99%의 삶을 거래하는, 증권시장을 폐장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증권시장은 본래 실물경제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과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이 시장은 본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자본거래만이 있는 투전판이 됐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시대의 금융자본주의는 더 이상 은행자본주의가 아니라 돈 되는 일이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금융시장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금융자본주의와 더불어 세계는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이 경제의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금융화의 시대로 돌입했고 금융자본 주도의 세계화가 이루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총규모는 2006년에 이미 140조 달러를 넘었고 2011년 상반기 파생상품의 거래규모는 707조 달러를 넘었다. 63조 달러인 전 세계의 GDP(2010년 기준)와 비교해 보면, 금융자본의 규모가 얼마나 비대해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2011년 말 기준으로 파생상품시장은 3경 350조원을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GDP(1200조원)의 25배, 연간 정부예산(2010년 309조원)의 100배에 육박한다. 실물경제로부터 금융자본이 탈구하여 꼬리(금융자본)가 몸통(실물경제)을 흔든다는 푸념은, 이제는 사태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 되었다. 꼬리와 몸통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주식 투자자는 479만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9.5%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들 투자자들 대부분은 손실을 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다수는, 지속적인 투자의 손실과 실패로, 일상적인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피폐해지고 있다.
증권회사의 부추김과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허가 아래, 레버리지라는 허울 좋은 미명아래 빚내서 투자했다가, 매년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목숨을 끊고 있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위험 헤지 목적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돈과 권력을 가진 은행과 금융자본 그리고 이들을 비호하는 법에 맞서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약자일 수! 에 없는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평생 번 소중한 재산을 온전히 빼앗긴 가운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
돈이 인간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이윤추구를 위해 국적과 국경을 망라해 넘나드는 초국적인 금융·투기자본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세상에서, 생명이 생명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체제를 유지시키는 이들은, 그러한 상황들이 그 개인과 해당기업의 문제이고 선택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체제의 중심에 있는 금융기관들은, 이 시스템에 작은 개혁이라도 하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득달같이 달려들고, 이들과 한편이 된 금융당국과 정부도 동북아 금융허브 운운하며, 금융기관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 보다는, 이 시장이 더욱 팽창할 수 ! 도록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이 금융시장이 더 커질수록 실물경제와의 갭은 더욱 커질 것이고, 시장의 거품은 더욱 팽창할 것이 분명하다. 불과 3년 전인 2008년 터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도 그러한 엄청나게 커진 금융상품의 거품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이익에 다가오는 파국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커지고 동시에 이에 기생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이 체제의 변화를 꿈꾸는 것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어서는, 정말 세상이 뒤집어지는 혁명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1% 가진 자들에 의해서 99% 대다수 서민들의 삶이 제멋대로 거래되고 있는 이 증권시장이 지금 그대로 유지된다면, 더 이상의 존재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증권시장 자체의 폐장을 주장한다.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인 우리는, 금융자본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모든 금융거래의 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적용하여야 하고, 파생상품에는 거래세를 신설 적용해야 한다.
재원은 사회의 보편적인 복지를 확대시키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온전한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의 확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고. 정당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우리는 금융자본과 이 거짓 체제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투기자본과 투기자본만을 대변하는 이 정부에 맞서 99%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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