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논쟁이나 시위를 보면 마치 공산당 구호를 보는 것 같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
정창인(cchungc)이 구호는 아주 그럴 듯하지만 사실은 불가능한 두 개념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로 능력’과 필요’다. 능력과 필요는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어서 결국 서로 합치되는 점이 없어 이 문제는 논리적으로 풀 수가 없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값등록금 문제나 무상급식 등 복지 논쟁을 보면 마치 이런 공산당 구호를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어느 사회나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킬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희소성(稀少性)원칙’이라고 한다. 희소성이 없다면 경제학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정치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 나아가 사회 지도자들이 할 일은 바로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마치 부모가 아이들의 필요를 헤아려 부족한 자원을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배분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은 이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 사회지도자로 역할을 해야 할 정치인들이 파퓰리즘에 휩쓸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낮추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바로 사회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는 계급사관 때문이다. 한국에 공산주의적 사고가 만연하여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을 적대적 집단으로 보는 관점이 어느 새 보편화 되었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세금을 내지 않고 오로지 복지 혜택만 노리는 계층이 분리되어 있다 보니, 많이 받아낼수록 득(得)이라는 이상한 사고가 사회 전반에 만연됐다.
내가 세금을 내고 내가 그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다면 사람들이 보다 더 신중할 것이다. 마치 자신의 가계(家計)를 관리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희소한 자원을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머리를 짜듯이 만약에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복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복지 요구에 있어 신중을 기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오히려 세금을 내는 자를 욕하고 망하게 하려고 야단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 성공기업인 삼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안티삼성’세력이 존재하고 격렬하게 반기업운동을 한다.
부자들이 노력해서 돈을 벌어 세금을 많이 내지만 부자들은 언제나 적이고 세금 폭탄을 터뜨려야 하는 계급의 적으로 인식한다. 만약에 모든 사람이 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런 인식은 아마 좀 완화될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이나 기업가를 존경하는 풍토가 생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금 면제 소득 한도를 대폭 낮추어 거의 모든 국민이 적으나마 세금을 내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반값등록금의 경우 그 보다 우선적으로 배분받아야 할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더 많다. 사실 한국의 대학은 혼란 그 자체다. 기준 미달의 대학이 상당수 존재하며 인구에 비해 과도하게 대학을 진학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할 문제다. 뿐만 아니라 각 대학에 정부가 보조하는 금액도 이미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 등록금보다는 정부 보조금으로 생존하는 대학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먼저 대학을 정비하는 것이 반값등록금보다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문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무교육은 아직도 초중등학교 9년 정도에 머물러 있다. 아직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가가 책임질 교육은 초중고등학교가 우선한다. 대학교육은 그 다음의 문제다. 고등학교를 건너뛴 반값등록금 논쟁이나 시위는 그래서 정당성이 약하다. 사실 말이 의무교육이지 아직도 말만 의무교육일 뿐이라고 할 정도로 가계 부담이 크다. 허울만 의무교육일뿐이다. 기존의 의무교육의 내실화도 반값등록금에 우선한다.
사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대학교육도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에 국민들이 교육세를 더 부담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이 정비되고 누가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 정비가 먼저 있어야 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 및 노약자에 대한 생계지원 등 모두 우리들이 모두 힘을 합해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 그 경지까지 가려면 먼저 정비해야 할 문제도 많고 우선순위도 조정해야 한다. 포퓰리즘식 반값등록금 논쟁은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지도층의 지도적 역할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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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보다 의무교육 확대가 더 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