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지난 18일 토마토, 제일, 에이스, 프라임, 제일2, 대영, 파랑새 등 7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영정지를 발표했다.
금융소비자협회는 20일 이번에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은 11조5000억 원에 이른다.
7곳을 포함해 그동안 정상 영업한 97개 저축은행 총수신액(64조4000억 원)의 18%다. 올 들어 지금까지 영업정지 된 부산 등 9개 저축은행의 총수신액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또한 7개 저축은행에 원리금 5000만 원 이상을 넣어둔 사람은 2만 5000명, 이들의 순 초과액은 1560억 원에 달한다. 예금보장을 아예 못 받는 후순위채 투자자는 7500여 명, 투자액은 2232억 원이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들은 12월까지만 하더라도 우량 또는 정상이던 곳들이다. 4군데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었으며 나머지 3군데 중 2군데는 6%대고 프라임만 4.86%로 건전성 기준인 5%를 약간 밑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정밀 감사 후 2011년 6월 말 기준으로 거짓말처럼 마이너스로 뒤바뀌었다. 특히 에이스저축은행은 이 비율이 8.51%에서 -51.1%로 곤두박질쳤다.
이들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순식간에 뒤바뀐 것이다. 이유는 부산상호저축은행과 같은 불법, 탈법적인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주머니의 쌈지돈처럼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에 불법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규정을 어겨가면서 영업을 하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부실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버린 것이 이들 저축은행의 공통점이다.
또한 부산상호저축은행을 포함하여 이번엔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들은 모두 믿기 어려울 만큼 허술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대부분이여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더욱더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거액의 부실 PF대출을 속이기 위하여 일반 대출처럼 숨겨 온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이번 영업정지사태로 다시 한번 저축은행들이 얼마나 부패했으며 소비자를 기망하고 있는지가 드러났다.
심지어 이들을 관리 감독할 금융당국은 로비의 대상으로 접대받고 대접받으며 국민의 피 땀을 가지고 호위호식하며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2007년 초부터 잘못된 한국 금융시스템의 뇌관으로 문제 제기된 저축은행, 특히 PF 부실로 인한 경영악화를 금융당국은 사실상의 묵인하였고 결론적으론 금융소비자의 피와 땀을 먹이로 살아온 것이다.
이번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연초에 있었던 부산 저축은행 사태와 매우 닮아 있다. 영업정지를 걱정해 미리 돈을 인출하려던 고객들에게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면서 적극적으로 예금 인출을 만류했다.
금융위의 발표를 앞둔 지난 금요일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여부를 물으면 “우리는 대형 저축은행에 속하고 큰 문제가 없으니 걱정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토마토저축은행의 경우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하더라도 BIS 자기자본비율이 8%라는 허위 광고를 하면서 예금자들을 안심시켰다. 금융당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주식을 다 팔고 빠졌다.
금융당국은 연초에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들을 안심시켰다. 지난 7월에도 저축은행 대책을 발표하면서 "9월 하순까지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5일 금요일 저녁 울산의 경은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었고 이번에는 7개 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 됐다. 다시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반복되는 금융당국의 행태를 볼 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체정상화를 추진하도록 결정된 6개 저축은행도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불실 확산을 막기 위해 명단을 밝히지 않았는데 오히려 전체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만 있을 뿐이다.
금융당국은 자꾸 부실을 숨기려고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정확한 정보를 금융소비자들에게 공개해야한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 책임을 금융소비자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들이 6개월 만에 경영악화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봐주기 관리 감독으로 인해 그동안 감춰졌던 부실과 비리가 드러났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금융당국이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이 분명한 지금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단순히 영업정지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앞으로 생겨날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상황에서 저축은행과 금융당국만 믿고 이용한 금융소비자들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당한 일이다.
앞으로 금융소비자협회는 저축은행 사태를 계속 예의주시하며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공동대응 할 것이며 후순위채 같은 불완전 판매에 대한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 
좋은 소비자 나쁜 저축은행 이상한 금융당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