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감사원은 ‘금융공기업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장들의 평균 연봉은 6억 3600만원으로 13개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보다 4배 이상 많다. 그리고 3대 국책은행 정규직원들은 1인당 영업이익은 시중은행의 78%에 불과하지만 평균 연봉은 오히려 12% 이상 많은 7700만원에 달하고, 특히 한국은행은 8200만원으로 시중은행보다 20%나 높다고 한다.
또한 한국은행에 근무하는 운전기사와 청원경찰의 평균 연봉은 6500만원대이며 최고 9100만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직군들은 비정규직이 일반화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국민들은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높은 연봉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운전기사 언제 뽑나요’경비 시켜 주세요’라는 등의 때 아닌 구직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가히 한국은행과 국책은행들은 ‘꿈의 직장’이라 불릴 만 하다. 더욱이 휴직자들에게도 성과급을 주고 개인이 내야할 개인연금저축까지 기본급에 편입시켰다고 한다. 국민은 과도한 세금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세금으로 덩치를 키운 금융공기업들은 편법을 총동원해 임직원의 배를 불리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금융기관을 이처럼 멋대로 운영하는 경영진의 두둑한 배짱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금융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정부는 그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이유는 국책은행장들의 대부분이 정부가 임명한 낙하산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듯이 정부가 국책은행들의 방만한 경영을 알고도 사실상 방치하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감독기관인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관료들의 ‘제식구 감싸기’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감독기관 출신의 인사들이 금융공기업의 간부를 도맡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감독자의 위치에 있지만 머지않아 그곳으로 갈 수도 있는데 금융공기업의 연봉이나 복지체계를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낙하산이나 단종교배식의 인사방식으로는 금융공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금융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언론보도나 국정감사를 통해 수차례 지적돼 왔다. 이번을 계기로 금융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확실하게 도려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금융공기업의 고약한 관행을 근절시킬 수 없다. 잘못된 경영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단순한 시정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나 비상식적으로 낭비한 돈을 회수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에 직면한 국책은행들은 내부 경영혁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직급별 임금상한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발전 전략 및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 같은 국책은행들의 노력이 당면한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가 아닌 근본적인 자체개혁과 자정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지금까지 금융공기업들의 경영 행태는 한마디로 국민의 혈세로 자기들끼리 흥청망청하고 호의호식했다는 표현이 모자랄 지경이다. 한 네티즌의 ‘국책은행들이 내부 살림을 그렇게 엉망으로 하는데 국가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라는 비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정부나 국책은행들이 ‘꿈의 직장’인 금융공기업의 뒤안길에서 50만 명이 훨씬 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쓸쓸히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으련만.
꿈의 직장 국책은행 돈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