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고 김주영 장애활동가의 노제가 있던 날 밤, 경기도 파주 한 아파트에서 장애가 있는 남매가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다. 아이들의 어머니가 월세방을 구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일어난 일이다. 13세 누나는 11세 중증장애인인 동생을 데리고 방으로 피신했지만 결국 탈출하지 못했다.
진보신당은 31일 논평에서 화재원인을 두고 누나가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쓴 전자레인지가 지목되고 있지만, 이것은 화재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두 남매가 탈출하지 못한 원인은 될 수 없다. 고 김주영 장애운동가의 사망원인이 화재가 아니라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인 것처럼 장애아동의 돌봄을 그대로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열악한 복지서비스가 남매가 중태에 빠진 원인이다.
건설노동자인 아버지, 식당노동자인 어머니 밑에서 뇌성마비 동생을 극진히 돌봐왔다는 누나의 상황은 장애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정에서 떠안아야 하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인재(人災)를 넘어 공적 서비스의 부재로 일어난 공재(公災)다.
더욱이 남매의 부모는 아이들을 돌봐줄 장애아동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해 놓고 답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보건복지부는 부모가 진작에 신청한 장애아동 돌보미 서비스가 왜 그리 늦어졌는지 해명하고, 이후 충실한 예산확충으로 사고에 장애인들이 대비할 수 있는 공적 서비스 강화 방안을 내놓아라.
두 남매의 쾌유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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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장애인 남매 화재 인재를 넘어 공재(公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