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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0월1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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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山寺)는,한국불교 문인들의 고향이었는 데…
기사등록 일시 : 2017-06-17 23:07:02   프린터

한국불교의 산사는 한국 문인들의 마음의 고향같은 적이 있다. 전국의 사찰에서 문인들에 “글쓰기”를 익히도록 무료로 방과 식사와 용돈을 내주기도 한 적이 있다. 사찰의 목적은 아름다운 자연속에 불심(佛心)이 담긴 시와 소설, 시조가 불교포교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문인들에 배려해준 것이다.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산사에 가면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절경과 바람결에 들려오는 은은한 풍경소리, 범종(梵鐘)소리, 법고(法鼓)소리, 법당에서 들려오는 예불 등의 목탁소리, 그리고 목탁조(木鐸鳥) 등 산새들의 소리,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등등을 고요히 관찰하고 명상하다 보면 소설, 시, 시조 글쓰기의 시상(詩想)이 떠오른다. 나의 20대 초에는 산사에는 승려 문인들이 많았다.

 

회고하면, 어젯밤 꿈(昨夢)같은 그 옛날 눈내리는 해인사 겨울 밤에는 관음전 작은 뒷방에 박법정(法頂) 스님도 있다.

 

그는 당시 밤이 깊도록 글쓰기와 독서를 하였다. 당시 해인사는 밤 9시만 되면 해인사 전체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방안에 소등(消燈)해야 했다. 전등(電燈)이 없을 때였다. 촛불, 석유등을 켜놓다가 잘못되면 해인사에 화재를 일으킬 수 있고,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장경각(藏經閣)이 전소될 수 있기 때문에 해인사는 밤 9시만 되면 일제히 소등해야 했던 것이다. 해인사 각방의 소등 여부를 해인강원(海印講院)의 학인들이 2인 1조로 야경조(夜警組)를 짜서 밤새워 해인사를 정해진 코스를 걸어 돌며 화재 예방의 소등여부를 확인했다.

 

정해진 규칙대로 9시정각이 되면 해인사에 일제히 소등해야 했지만 해인사 강원 지대방은 1시간을 더 주어 소리를 내지 않고 책을 보던지, 아니면 개인 승복의 바느질을 할 수 있다.

 

10시가 되면 반드시 소등해야 하였다. 그러나 딱 한 곳 법정스님 방만은 소등에 예외였다. 그는 해인강원생들에게 통사정을 하여 자신의 방에 불이 켜졌을 때는 잠들지 않고 독서를 하거나 글쓰기를 하고 있으니 “봐 달라”는 청탁 때문에 나를 포함한 야경을 도는 학인들은 법정스님 방의 소등에 예외였다.

 

상상해보시라. 해인사는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리는 밤에 법정스님 방만은 불이 켜진 광경을…. 그 무렵 나는 해인강원 도서관에 비치된 소설들을 즐겨 읽었고, 법정스님은 불교신문의 여시아문(如是我聞) 칼럼 란에 입석자(立席者)라는 작은 양의 칼럼을 발표하고 우리들에 엄청 자랑하였다. 그 때 법정스님은 글쓰기를 시작한 초짜였고, 나는 세계 명작 소설만 독서하는 글쓰기의 더욱 초짜였다. 1960년대 말, 첫출발하는 해인총림(海印叢林) 시절이었다. 그 무렵 시승 고은(高銀)도 해인사에 있었다.

 

그의 법명은 일초였다.

 

그 무렵 법정스님은 낭만적인 이야기를 잘하였다. 예컨대 “부산 바닷가에서 혼자 싱싱한 미역을 사서 초고추장에 먹었다”는 이야기는 우리 학인들의 군침을 돋게 하는 이야기였다.

 

어느 날, 법정스님은 필화사건을 일으켜 해인사에서 강제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불교신문 여시아문 칼럼난에 당시 해인총림 방장인 성철큰스님의 특별한 수행방법인 불전 삼천배(佛前三千拜)를 굴신운동(屈伸運動)이라 비하해 버리는 글을 써버린 것이다. 해인사는 소동이 일어났다. “성철 방장의 권위를 부수는 망녕된 글”이라는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나는 눈으로 보았다. 당시 교무스님(현재 송광사 방장)이 격노하여 법정스님 방에 들어가 법정스님의 책들을 관음전 마당에 내던지며 ”당장 방을 비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법정스님은 말없이 흙 묻은 책을 모우면서 개탄하였다. 그는 그 날 걸망에 책을 가득히 지고 순천 송광사(松廣寺)로 떠나야 하였다. 그 후 그는 무소유(無所有)의 책을 내어 유명해졌고, 나는 불교신문 편집국장이 되어 재회 했다.

 

예전에 서울 조계사 뒷방에는 시인 공초(空超) 오상순이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담배 피우는 것을 좋아하여 조계사에서 숙식을 한 후 아침부터 조계사 근처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담배를 무척 피워댔다. 그의 용돈은 조계사에서 내주었다. 내가 기억하기는 시인 김어수, 서정주, 조지훈, 신석정, 등은 모두 사찰에 기거할 때는 승려의 복색을 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불교는 문재(文才)가 탁월한 그들을 특별우대 하였다. 지금 회고하면 당시 한국불교는 문인들에 배려할 줄 알았다.

 

내가 70년 초 해남 대흥사 표충사 뒷방에 기거할 때, 당시 선방에 열심히 다니던 정각(正覺)스님이 함께 있었다. 그는 훗날 속세로 나가 속명 김성동(金聖東)의 이름으로 만다라(曼茶羅) 소설을 써 영화화 되기도 하였다. 나는 같은 또래의 정각당과 만행을 다니던 추억이 있다. 그와 나는 남원 쪽의 공동묘지에 앉아 밤을 새워 불교와 인생을 이야기 하기도 하였다. 그날의 정각당은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 지, 그는 얼굴이 슬퍼보이는 얼굴이었다. 그의 건강과 장수를 바란다.

 

승려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돈둑한 친교를 나누던 도시는 김천시였다. 당시 직지사(直指寺)주지스님인 오녹원(吳綠園)스님이 승려 문인들에 각별히 배려를 해준 것이다. 우리는 김천의 당시 한일여관에 방을 잡아 모였다.

 

당시 “내노라” 하는 승려 문인들이 한일여관에 모여 바케스에 막걸리를 가득 받아와 김치를 안주로 하여 마시면서 불교문학의 담론에 기염을 토한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어언 수십년이 흘렀다. 우리 가운데 특출한 승려는 시조시인 조오현대사였다. 모두 그 때는 가난했다. 오현대사는 행운이 와서 설악산 신흥사 주지를 역임하고 이제는 설악산 신흥사의 회주(조실)로 있다. 풍문에 듣자니 오현스님은 후배 문인들에 물심양면으로 배려를 해준다는 기쁜 소식이다. 한일여관에서 불교문학을 이야기 하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의 추억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사찰에서는 승려 문인들을 박대하기 시작하였다. 기거할 방도 내주지 않고 여비(용돈)도 주지 않았다. 사찰의 주지 가운데는 승려문인들이 주지의 비위를 글로 폭로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아예 승려문인을 산문 밖으로 내쫓아 버리듯 하였다. 승려 문인들 수난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불전(佛錢)을 모우기 위해 신도에게 허튼 소리를 하는 승려들과는 달리 가난속에 서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승려들은 정든 산사를 떠나기 시작하였다. 마음껏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고요한 방을 구해 나서기도 하였다. 불교문학을 통해 불교중흥을 하려던 승려 문인은 “돈에 혈안이 된 자들”을 떠나갔다. “돈을 악착같이 벌려면 속세에 나가 돈을 벌어야지 무소유로 중생 위해 헌신봉사 해야 하는 사찰에서 무슨 짓인가?

 

대한불교 조계종은 일제불교를 싫어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권력 덕택에 전국 본사와 명산고찰을 독차지 하여 마치 예전의 만석군이 못지않은 부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만석군이 같이 부를 누리는 자들의 일부는 북의 김일성을 추종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감사한 마음이 전혀 없다. 대통령의 권력으로 얻은 부는 언제인가, 민중들의 “적폐청산!” 구호와 함께 또 “대통령의 권력으로 만석군이 자리에서 내쫓 길 수 있다.”는 것을 대오각성 해야 할 것이다.

산사를 찾으면 불교공부던 불교문학이던 공부하는 승려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작금의 불교계의 망조든 항설이다. 무당적(巫堂的) 승려들이 북과 징과 괭가리를 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자들은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팔만대장경을 다 읽어보라. “부처 팔아 돈벌이에 북과 징, 괭가리를 쳐라!”는 경귀절은 없다.

 

과거 산사에 그토록 많았던 한국 불교의 승려 문인들은 탐욕승(貪慾僧)들의 농간에 의해 대부분 산사를 떠나갔다. 나는 잡을 수 없는 무지개같이, 절망을 느끼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만석군이 같은 전국 본사에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만권장서(萬卷藏書)의 도서관이 들어서고, 승속간에 불교문인들이 숙식을 제공 받으며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호시절(好時節)이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그것이 한국종교에서 기독교 다음으로 추락버린 한국불교의 위상을 중흥하는 첩경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


이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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