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밖에 없다고 본인은 생각했을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서울 양재동 사옥 증축 인허가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아오던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지난 5월15일 오전에 팔당호에서 숨진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인사들이 박 씨만은 아니다. 오래전 이야기 이지만 내 친구인 범양상사의 박건석 사장은 검찰에 불려 다닐 일이 하도 고통스러워 자신의 집무실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이 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사랑하던 아들 하나도 검찰 조사를 받다가 현대사옥에서 투신자살하였다. 대우건설의 사장도 전라도의 한 도지사도 그리고 부산시장을 지낸 사람도 검찰과의 옥신각신이 계기가 되어 생을 포기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은 죄가 하도 무거워 그것이 사회에 공개되기 이전에 깨끗이 가버리겠다는 양심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느껴진다.
이번에 자살한 박 씨는 자택에 남긴 유서에서 “내가 현대차에서 돈을 받지 않은 사실은 수사관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텐데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나와 돈 거래한 처남은 물론 처남과 돈거래한 사람까지 확대하고 있다.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의 유서의 일부를 읽어보면서 많은 시민들의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나라의 법이, 이 나라의 검찰이 억울한 사람들을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고 더욱이 억울한 죽음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 길 밖에 없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