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갑동 씨는 나보다도 여러 해 연장이시다. 그러니까 우리는 노인이라는 범주에 속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를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노인답지 않게 건강하고 예리하고 열정적인 투사라는 인상만이 남아있다.
그는 본디 노동당원으로 열렬한 김일성 지지자였다. 그래서 북에도 여러 차례 드나들었었고 거기 오래 체류하면서 김일성과도 친분이 매우 두터웠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북한의 실정을 면밀하게 목격하고 조사한 뒤에 북한은 이대로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곧 김일성체제에 대하여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것은 오로지 양심의 소행이었을 뿐이다. 어떻게 우리 동족 2천만을 헐벗고 굶주리게 내버려두고 김일성과 그의 졸도들만 호화판 살림을 영위하고 있는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벌써 여러 해 일본에 본부를 둔 “조선민주통일구국전선”을 이끌며 김일성, 김정일체제 타도의 일선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투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놀라운 소식이 하나 날아 들어왔다. 90이 다된 이 노인이 지난 4월13일 밤 도쿄도 내의 그의 사무실 앞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전치 4주의 외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반대파에 의해 테러를 당하는 사건은 간혹 있지만 90이 다 된 노인의 뒤통수를 둔기로 때려 쓰러뜨리고 도망간 그 괴한은 인면수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사람의 탈을 쓴 짐승 같은 놈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박갑동 씨의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니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고 망명정부를 세우겠다는 그의 투지는 흔들림 없이 계속되라고 믿는다.
민주투사 박갑동 피습
